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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의 "조용한 침공",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제국을 흔든다"

주민지 기자 | 입력 25-10-17 11:06



달러의 디지털화가 기존 금융 질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이 지난 7월 "스테이블코인 혁신법(GENIUS Act)"을 통과시키며 제도권의 문을 활짝 열자, 구글과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일제히 결제 시장의 판을 바꾸기 위한 공세에 나섰다. 이들의 손에 들린 무기는 달러에 가치가 고정된 암호화폐, 즉 스테이블코인이다. 이는 수수료와 느린 속도로 대표되는 비자, 마스터카드의 카드 제국과 은행 중심의 송금 시스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금융 지형의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공격의 최전선에는 구글이 섰다. 구글은 지난 9월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 60개 이상의 금융 및 기술 파트너와 함께 개발한 개방형 "에이전트 결제 프로토콜(AP2)"을 전격 공개했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안전하게 거래하도록 설계된 차세대 결제망으로, 신용카드부터 스테이블코인까지 모든 결제 수단을 지원한다. 특히 구글이 코인베이스, 이더리움 재단과 협력해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위한 확장 프로토콜까지 개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는 단순한 기술 표준 발표를 넘어 자체적인 블록체인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야심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하드웨어의 강자 삼성전자는 자사의 방대한 스마트폰 보급망을 무기로 삼았다. 삼성은 이달 초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손잡고, 75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갤럭시 사용자의 "삼성 월렛"에 코인베이스의 유료 서비스를 직접 탑재했다. 이는 단순한 앱 연동을 넘어, 모든 갤럭시 스마트폰을 잠재적인 암호화폐 지갑이자 결제 단말기로 전환시키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의 투자를 받은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스타트업의 성장까지 고려하면, 삼성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거대한 "토큰 경제"의 관문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빅테크의 이러한 행보는 기존 암호화폐 시장에도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과 같은 변동성 자산의 거래를 위한 핵심적인 "기축 통화" 역할을 하며 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투자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법정화폐의 교환 없이 손쉽게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빅테크의 등장은 이더리움을 비롯한 기존 알트코인 생태계에는 심각한 위협이다.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이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 그리고 수십억 명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할 경우, 탈중앙화를 기치로 내걸었던 기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될 수밖에 없다.

전통 금융권은 방어와 적응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은행들은 한편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을 위협할 수 있다며 규제를 요구하는 로비를 벌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토큰화된 예금"과 같은 자체 디지털 자산을 개발하며 생존을 모색 중이다. 법적 불확실성이라는 마지막 방어막이 걷힌 지금,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변방의 기술이 아닌 금융의 심장부를 겨누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 빅테크가 주도하는 디지털 달러의 확산이 기존 금융 권력의 해체로 이어질지, 혹은 새로운 형태의 중앙화된 디지털 제국의 탄생으로 귀결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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