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증시의 '대세 상승기'가 무서운 기세로 이어지고 있다. 어제 사상 처음으로 3800고지를 밟았던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인 오늘(21일) 장을 시작하자마자 3870선을 가뿐히 넘어서며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간밤 뉴욕 증시가 상승 마감한 데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력 산업의 실적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국내외 투자 자금이 쉴 새 없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4000'이라는 숫자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적인 목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오전, 코스피는 전날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전날 종가(3814.69)보다 높은 3830선에서 출발한 지수는 개장 직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세에 힘입어 가파르게 상승, 단숨에 3870선을 돌파했다. 이는 간밤 뉴욕 증시가 기업들의 호실적 발표에 힘입어 3대 지수 모두 상승 마감한 영향이 컸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강세를 보인 점이 국내 증시의 투자 심리를 크게 자극했다.
오늘 상승장 역시 반도체주가 이끌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초로 1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48만 원을 넘어 신고가를 경신했고, '10만 전자'를 눈앞에 둔 삼성전자 역시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어제 증시 활황 기대감에 10% 넘게 급등했던 증권주를 비롯해 자동차, 방산, 조선 등 수출주들이 골고루 강세를 보이며 랠리가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건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행진이 계속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9월까지 5개월 연속 국내 상장주식을 순매수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한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과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재평가가 맞물리면서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은 코스피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다. 연초 3200선을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다수의 증권사가 연말 목표치로 3900~4000선을 제시하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단기간에 지수가 급등한 만큼 언제든 숨 고르기 장세나 차익 실현 매물에 따른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근본적인 상승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과열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고 신중하게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