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4,000 고지를 밟았던 코스피 지수가 단 하루 만에 거센 하방 압력을 받으며 4,000선 수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일 2%대 급등세를 연출하며 4,030선까지 돌파했던 파죽지세는 온데간데없이, 금일 국내 증시는 개장 초부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꿈의 지수"로 불리던 4,000선 시대 개막에 대한 기대감이 차익 실현 매물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다.
지수 하락의 주된 요인은 그간 가파른 상승 랠리를 주도했던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물 출회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원이 넘는 물량을 쏟아내며 순매도로 전환했다. 여기에 기관 투자자마저 매도 우위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홀로 순매수에 나서며 4,000선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외국인과 기관의 연합 매도 공세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8% 하락한 4,010선에서 출발했으나, 장중 매도세가 거세지며 한때 4,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후 4,000선을 중심으로 치열한 등락을 거듭하며 방향성 탐색을 이어가고 있다. 역사적인 4,000선에 안착하지 못하고 변동성을 키우는 모습은, 지수 상단에 대한 경계감과 차익 실현 욕구가 시장에 팽배함을 보여준다.
간밤 뉴욕 증시가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로 급등하며 3대 지수 모두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S&P500 지수가 연일 고점을 높이며 글로벌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음에도, 국내 증시는 이러한 호재를 반영하지 못하고 독자적인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의 부진은 시가총액 최상위 대형주들의 동반 약세 탓이 크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장중 "10만 전자" 타이틀을 반납하고 9만 원대로 밀려났다가 다시 복귀하는 등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53만 원대에서 51만 원대로 2% 넘게 하락하며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3분의 1에 달하는 이들 반도체 "투톱"이 동반 하락하면서 코스피 지수 전체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다.
한편 코스닥 지수 역시 전일 대비 0.01% 오른 902선에서 강보합 출발했으나, 이내 하락 전환하며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관측되며 지수 상단을 억누르고 있다. 개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에 나섰지만 지수를 견인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양상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4원 오른 1,432.1원으로 출발하여, 1,430원에서 1,434원 사이의 좁은 범위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