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억 원대 불법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의 강제수사를 받는 가운데, 최근 법무부를 통해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사실이 30일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수재 혐의로 강 회장을 입건하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본관 내 회장 집무실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지 약 2주 만에 나온 후속 강제 조치다. 경찰은 당시 압수수색을 통해 강 회장의 업무 관련 기록과 PC 자료 등을 확보해 분석 작업을 진행해왔다.
경찰이 파악한 혐의의 핵심 시점은 강 회장이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운동을 진행하던 지난해 1월경이다. 당시 강 회장은 선거 국면에서 유력한 당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경찰은 이 시기,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실제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한 용역업체의 대표 A씨가 강 회장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강 회장에게 향후 사업상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 원이 넘는 현금성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 금품이 강 회장의 당선을 전제로 한 일종의 보험성 뇌물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사 당국은 강 회장이 이 돈을 받고 실제 A씨 업체의 사업 확장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혹은 그 대가로 어떤 편의를 약속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이 자금이 강 회장의 선거 자금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자금의 구체적인 흐름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출국금지 조치는 이 같은 혐의 입증 과정에서 강 회장의 해외 도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강 회장은 경남 합천군 소재 율곡농협 조합장을 5선 연임한 인물로, 농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농협맨"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는 지난해 1월 치러진 선거에서 결선 투표 끝에 제25대 농협중앙회장으로 최종 선출되었으며, 지난 3월 공식 취임해 중앙회를 이끌어왔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강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직접 소환해 금품 수수 경위와 대가성 여부 등을 본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