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을 맞아 방한한 전 세계 기업인 가운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인물인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입국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5조 달러(약 7100조 원) 시대를 연 엔비디아의 수장인 젠슨 황 CEO는 방한 첫 일정으로, 이날 저녁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전격 회동했다.
세 사람의 만찬은 30일 저녁 7시 30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 치킨집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밖에서도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만남이라고는 믿기 힘든 "공개 치맥 회동"을 진행했다. 전 세계 반도체, AI, 모빌리티 산업을 이끄는 세 거물이 마치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모습이 연출되자, 현장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시민들이 몰려들어 이 진풍경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세 사람은 비슷한 시각 함께 매장에 도착했으며, 젠슨 황 CEO가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에게 준비해 온 고급 위스키 등 선물을 건네는 모습도 포착됐다. 젠슨 황 CEO는 현장에 몰린 시민들에게 작은 선물을 나눠주는 등 특유의 팬 서비스와 소통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회동은 젠슨 황 CEO가 한국의 독특한 "치맥"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고 제안하며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엔비디아 측이 직접 예약한 매장의 상호가 "깐부치킨"이라는 점은 단순한 만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깐부"는 과거 세계적으로 흥행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널리 알려진 속어로, "게임에서 같은 편을 먹은 동맹"을 뜻한다. 이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산업의 패권을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세 기업이 단순한 공급자와 수요자를 넘어 강력한 협력 관계를 다지자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은 행보로 풀이된다.
젠슨 황 CEO의 이번 방한은 15년 만에 이루어졌다. 그는 방한 전부터 "한국 국민을 기쁘게 해 드릴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깜짝 선물"을 예고해 국내 산업계의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태다. 업계에서는 젠슨 황 CEO가 언급한 선물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한국 핵심 기업들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이날 "치맥 회동"을 마친 직후, 인근 코엑스에서 열리는 엔비디아의 신형 그래픽카드 출시 행사에 참석해 개발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31일에는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이동한다. 경주에서는 대통령실 하정우 AI수석,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 정·재계 핵심 인사들과 추가 회동을 갖고, APEC CEO 서밋의 대미를 장식할 기조연설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