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공식 일정이 31일 본격화된 가운데,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모두 대한민국 경주에 집결했다. 이날 저녁 6시부터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에서는 APEC 회원국과 초청국 정상 부부, 그리고 글로벌 기업 CEO 등 약 4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환영 만찬이 시작됐다.
정상회의 주간의 핵심 일정이 진행됨에 따라 경주 현지의 경호 및 보안 태세는 최고 수준으로 격상됐다. 정부 당국은 이날부로 보문관광단지 일대의 경호·보안 등급을 최고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만찬장이 위치한 호텔 진입로 등에서는 차량 검문 검색이 겹겹이 실시되었으며, 행사장 내부로 진입하는 모든 인원은 가방과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받는 등 삼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만찬장 곳곳에는 경호 인력과 경찰관들이 대거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당초 이날 저녁 만찬 시간에 맞춰 인근 보문호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규모 불꽃·드론쇼 행사는 전격 취소됐다. 이는 행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이 정상들의 경호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번 환영 만찬에서는 K-컬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특별 공연도 마련됐다. APEC 환영 만찬의 문화 공연에는 가수 지드래곤(G-Dragon)이 출연해 무대를 꾸몄다. 만찬의 공식 사회는 현재 현역으로 군 복무 중인 가수 겸 배우 차은우 씨가 맡았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인선에 대해 "K-팝과 K-컬처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함께 이를 홍보하는 차원"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각국 정상들을 위한 공식 선물로는 신라 시대 전설 속 피리로 "세상의 온갖 파란을 없애고 평안하게 한다"는 의미를 지닌 "만파식적"이 준비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환영 만찬에 앞서 APEC 회원국 간의 주요 양자 회담도 진행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5시 10분경부터 약 30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이후 양국 정상이 공식적으로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시 주석은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 당시 전임자들에게 보냈던 관례적인 취임 축전조차 보내지 않아 양국 간 냉기류가 감지된 바 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두 정상이 회의 초반 "웃음기 없고 딱딱한 표정"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약 400명이 자리한 환영 만찬에는 APEC 회원국 정상 대부분이 참석했으나,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가졌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건강상의 이유로 만찬에는 최종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