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받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공식 보고되면서 정치권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내란 특검이 제출한 67쪽 분량의 체포동의안에는 표결 방해 의혹뿐 아니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 계엄 선포 수개월 전부터 군 개입을 언급했다는 진술까지 포함돼 논란이 한층 확대되는 상황이다.
체포동의안은 이날 추 전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국회 의사국을 통해 보고됐다. 특검은 문서에서 추 전 원내대표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의 위법 행위를 인지하고도 이를 제어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지연시키거나 막기 위한 정치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지난해 7월, 불법 계엄 선포 약 다섯 달 전 윤 전 대통령이 미국 하와이를 방문했을 당시의 대화 내용이다. 특검은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경호처장에게 "한동훈은 빨갱이다"라는 발언을 했으며, 야당인 민주당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군이 개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논의를 한 정황을 문건에 상세히 명시했다. 이는 계엄 준비가 실제 선포 이전부터 논의·기획됐다는 의혹을 강화하는 핵심 근거로 평가되고 있다.
해당 발언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진 강호필 당시 합참차장은 귀국 후 신원식 국방장관에게 “대통령이 군을 정치에 끌어들이려 하니 전역하고 싶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신 전 장관이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에게 전화로 강하게 항의한 정황까지 적시하며 당시 내부 혼란을 부각했다.
한편,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특검의 수사 내용을 정치적 공격으로 규정하고 기존 입장과 마찬가지로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는 “민주당의 주문에 따른 정치적 수사”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스스로 표결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의 대응은 엇갈린다. 민주당과 범여권은 자체 의석만으로도 체포동의안 통과가 무난하다는 입장이며, 민주당 지도부는 통합진보당 해산 사례를 언급하며 내란 음모가 사실로 확정될 경우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 절차 착수도 검토할 수 있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은 여러 차례 정당 해산 요건을 충족한다”며 책임을 강하게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법원의 영장 기각 가능성을 거론하며 낙관론도 적지 않지만, 본회의 표결 참여 여부를 둘러싸고 내부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표결 결과가 향후 정치지형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할 때 단순 찬반 이상의 정치적 계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은 오는 27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될 예정이다. 이번 표결은 불법 계엄 의혹 수사의 향방뿐 아니라, 정치권 전반의 책임 공방과 정당성 논쟁을 다시 한번 가열시키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