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하는 범의료계 대표자들이 16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민건강수호 및 의료악법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정부와 국회의 일방적인 의료정책 추진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전면적인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추진 중인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 강제화" 입법 시도,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허용" 움직임, 그리고 의료계와의 협의 없는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을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3대 의료 악법"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의료계는 현재의 의정 갈등 고조의 책임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무를 망각한 채 입법 폭주를 하는 국회와 정책 폭주를 일삼는 정부"에 있음을 명확히 하며 단호한 결의를 다졌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겸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환자 안전을 지키는 숭고한 진료실을 떠나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설 수밖에 없게 만든 책임이 정부와 국회에 있음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의료계와의 협력과 상생을 포기하고 비현실적인 입법 및 정책을 강행할 경우 강경 투쟁에 나설 것을 경고한 바 있음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더 이상 버티거나 참기 위해 이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다. 더 이상 물러서지 않으며 더 이상 굴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투쟁 의지를 표명했다. 의료계 대표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악법 시행을 강행한다면 14만 회원의 결연한 의지를 모아 거침없는 총력 투쟁을 펼칠 것임을 재차 경고했다.
의협은 국회에서 추진 중인 성분명 처방 강제화 법안에 대해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의료 악법이자 과잉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동일 성분 약제의 대체 사용 시 발생하는 환자 안전 및 책임 구조 붕괴 문제를 지적하며, 특히 이 정책이 지난 20여 년간 지켜온 "의약분업의 원칙을 명백히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성분명 처방 강행은 "곧 의약분업 파기 선언"이 될 것이며 그로 인한 모든 파생 문제는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허용 움직임에 대해서도 "근본부터 전혀 다른 학문적 영역을 침탈하고 면허의 경계를 허무는 행위"로 규탄하며, 이로 인한 오진과 치료 지연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며 즉각적인 입법 시도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의료계의 격렬한 반발이 이어졌다. 의협은 해당 개편안이 "제도 개선이 아니라 일차의료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개악"이라고 비판하며, 국민 건강을 최일선에서 지키는 일차의료기관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폭거라고 규정했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정부가 연구용역 결과와 의료계와의 협의 약속을 무시한 채 "수십 년 묵은 불투명한 거래", "환자 안전 위협"과 같은 자극적인 문구로 의료계를 매도하며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우리 의사들은 원치 않지만 시대가 우리를 의료 전문가 대신 투쟁의 전문가로 훈련시키고 있다"고 개탄하며, 전문가 단체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소통해야만 세계 최고의 K-의료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정섭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은 현 정부와 국회가 지난 정권의 의대 정원 증원 확대 실패 사례를 보지 못했는지 반문하는 등, 이번 투쟁이 과거의 의료 갈등 양상과 유사한 고강도 대립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의료계 대표자들은 의료 악법 철회를 촉구하며 민주당사까지 가두행진을 벌이는 등 총력 투쟁 의지를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