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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령화시대 물리치료사 전문화ㆍ차별화  "물리치료센터 단독개원" 국회개정안 발의

백설화 선임기자 | 입력 25-11-19 13:47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기사법)” 개정안은 그동안 왜곡된 구조 속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한국 재활의료 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중대한 출발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물리치료사를 비롯한 의료기사 직역의 업무 근거를 기존의 ‘의사의 포괄적 지도’라는 종속적 개념에서 ‘의사의 처방 또는 의뢰’라는 합리적이고 전문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이는 단순한 문구 수정이 아니라, 물리치료사가 전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해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변화이자, 국민 건강 수준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이다.

현행 법 체계는 물리치료사를 의사의 보조 인력으로만 규정하고, 업무 수행 장소도 병원 내부로 제한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초고령사회라는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실제로 뇌졸중 후유증, 만성 근골격계 통증, 신경계 질환, 노인성 기능저하 등 재활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환자들은 스스로 병원에 방문하기조차 어렵다. 퇴원 후 회복기 환자들 역시 제때 재활을 받지 못해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다시 입원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병원 중심 구조에 고착된 현재의 시스템은 환자의 건강을 지켜내기보다 오히려 악화를 방치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리치료사는 단순 기술자가 아니다. 환자의 움직임·근력·자세·신경 기능 등을 정밀하게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재활의 핵심 전문가다. 국제적으로도 물리치료는 낙상 예방, 수술 후 회복 속도 향상, 기능저하 방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거 기반 치료효과가 입증되어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병원 외 환경에서는 이러한 전문성이 법적으로 발휘될 수 없고, 방문재활이나 지역사회 기반 회복기 관리 역시 제도적 제약에 가로막혀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사의 처방을 기반으로 물리치료사가 지역사회에서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환자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고 물리치료사의 전문성도 더욱 정확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해외 선진국 사례는 이러한 변화가 결코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미국 50개 주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Direct Access 제도를 도입해 환자가 의사의 진단서 없이도 물리치료사를 직접 찾아가 평가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북유럽 국가들 또한 물리치료사를 1차 접점 의료 전문가로 인정하며, 재활치료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구조는 국가 의료비 절감과 치료 효율 개선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실현해 왔다. 세계물리치료사연맹(WCPT) 회원국 중 한국과 일본만이 여전히 물리치료사의 개업권을 제한하는 것은 국제 기준과의 괴리를 명확히 드러낸다.

반대 측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우려하며 원외 물리치료 허용이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단기적 비용만 바라본 왜곡된 시각이다. 현실에서는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된 뒤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재활치료는 지출이 아니라 장기적 비용을 줄이는 ‘투자’에 가깝다. 조기 개입을 통해 기능 회복이 이뤄지면 입원율이 낮아지고, 낙상 및 합병증이 줄어들며, 이는 국가 전체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효과는 이미 해외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수십 년간 검증되어 왔다.

또한 개정안은 물리치료사에게 무제한적 독립권을 부여하는 법이 아니다. 모든 원외 활동은 의사의 처방 또는 의뢰가 전제로 유지되며, 환자 진단 권한 역시 의사에게 명확히 남아 있다. 즉, 의료적 판단 권한 체계는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각 직역의 전문성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구조다. 반대 논리에서 주장하는 ‘통제 불가 확대’는 사실과 다르며, 오히려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이다.

이번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단순한 직역 갈등 문제가 아니다. 한국 의료체계가 병원 중심 구조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환자 중심·전문성 중심의 선진국형 분업 체계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물리치료사가 지역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는 초고령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변화이며,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의료비 절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특정 직역의 이익을 위한 법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한국 의료체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필연적인 변화다. 물리치료사의 전문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로의 전환은 결국 국민 전체에게 가장 큰 혜택을 가져다주는 선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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