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팀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공수처 소속 검사에 대한 고발 사건을 규정대로 대검찰청에 이첩하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공수처의 설립 취지를 무력화하고 수사권을 사유화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오 처장과 이 차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지난해 8월 접수된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방치한 직무유기이다. 고발 대상인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통신기록 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수사외압 사건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는 등 허위 증언을 한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고발된 바 있다. 공수처법 제25조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대검찰청에 통보 또는 이첩해야 한다. 그러나 특검팀은 오 처장과 이 차장이 해당 고발 사건을 이첩하지 않은 행위가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당시 고발을 공수처 지휘부를 겨냥한 부당한 정치적 공격으로 간주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당시 사건을 처음 배당받아 조사했던 박석일 전 공수처 부장검사 역시 위증 사건에 대해 아무런 조사 없이 고발장 접수 이틀 만에 무혐의로 결론 내린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직무유기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더 나아가 특검팀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당시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했던 김선규 전 부장검사와 송창진 전 부장검사를 각각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의 조사 결과, 이들은 공수처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던 시기에 수사 방해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을 향하는 수사 방향을 차단하려 했다고 판단되었다.
특검팀은 공수처 주요 참고인들을 통해 구체적인 수사 방해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의 관계자들을 소환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으며,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6월 윤 전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방해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특검팀은 이들의 행위에 대해 "피고인들은 주어진 권한을 악용해 공수처 수사가 대통령에게 향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공수처의 수사권을 사유화·정치화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독립적이고 엄정한 처리를 목적으로 출범한 공수처의 설립 취지를 무력화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소로 인해 공수처는 지휘부와 핵심 간부들이 동시에 재판에 넘겨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었으며, 이는 공수처의 기능과 존립 명분에 대한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