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인사들을 상대로 한 통일교의 불법 금품 제공 및 로비 의혹, 이른바 "통일교 게이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15일 새벽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통일교 서울본부를 상대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꾸려진 특별전담수사팀은 이날 통일교 측 핵심 시설에 수사관들을 투입하여 회계 장부와 내부 문건, 그리고 금품 전달 및 로비 정황이 담긴 전산 자료 등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이번 강제 수사는 거물급 정치인들이 연루된 의혹에 대해 경찰이 더 이상의 수사 지연 없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통일교 관계자들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에게 수천만 원의 현금과 명품 시계 등을 건네며 교단 관련 현안을 청탁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이미 이들 3명을 포함한 다수의 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금품 수수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 신빙성 확보와 함께, 물증 확보가 이번 압수수색의 주된 목적이다. 금품 전달의 직무 대가성 여부를 입증하여 공소시효가 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수사력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 사건은 당초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던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통일교 관련 내사 기록을 이첩받아 경찰 수사로 전환된 사안이다. 경찰이 사건을 이첩받자마자 23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고 초고속으로 강제 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 문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8년 전후의 금품수수 사건의 경우 올해 말 공소시효가 만료될 수 있어, 경찰은 관련자 처벌을 위해 속도전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압수수색은 공소시효 만료 이전에 핵심 증거를 확보하여 사법 처리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된다.
수사가 정권 핵심부까지 겨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정치권의 공방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통일교 핵심 인물에게 직접 임명장을 수여하는 영상 등을 거론하며 "통일교 게이트의 정점에 누가 있겠느냐"고 역공을 펼치면서 야당 추천의 특검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경찰 수사를 지켜본 후 특검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이 야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만큼,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 오로지 사실과 법리에 근거하여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주문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자료는 향후 수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열쇠가 될 것이며, 관련 정치인들의 사법 처리 여부와 정국 전반의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