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수보다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따져 종합부동산세를 매기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를 바꾼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늘리는 대신 고가주택과 직접 살지 않는 주택에는 세 부담을 높인다.
재정경제부는 3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개편된 종부세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현재 1주택자는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공시가격에서 12억원을 기본공제로 뺀 뒤 종부세를 계산한다. 개편안은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4억원으로 확대하고,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췄다.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는 1세대 1주택자의 기준금액은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시가 약 20억원 이하의 1주택자는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공시가격이 14억원을 넘으면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금 계산에 적용되는 공제액이 달라진다.
정부 계산에 따르면 시가 30억원, 공시가격 17억원인 주택의 종부세는 실거주자가 보유한 경우 현재 91만원에서 76만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주택에 소유자가 살지 않으면 세금은 318만원으로 늘어난다. 가격이 같은 한 채라도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종부세가 4배 넘게 벌어지는 구조다.
종부세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행 60%에서 2027년 70%로 오른다. 2028년부터 1주택자에게는 70%를 적용하고,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포함한 일부 다주택자에게는 80%를 적용한다.
세율 기준은 보유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 중심으로 전환한다. 과세표준 6억원 초과 12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은 현행 1%에서 1.3%로 인상된다. 과세표준 12억원을 넘는 1·2주택자의 세율도 단계적으로 올려 2028년에는 다주택자와 같은 세율을 적용한다.
세액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는 세 부담 상한은 전년도 산출세액의 150%에서 200%로 높아진다. 고령자와 장기보유자에게 적용하는 세액공제에는 금액 한도가 신설된다. 공제 한도는 2027년 800만원, 2028년부터 600만원이다. 실거주 1주택자의 공제를 늘리면서도 초고가 주택에 돌아가는 공제 혜택은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시가 30억원 안팎까지는 실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이 줄거나 큰 변동이 없지만, 시가 40억∼50억원을 넘는 고가주택은 종부세 증가 폭이 커질 것으로 계산했다. 특히 전세나 월세를 주고 소유자가 거주하지 않는 1주택은 기본공제 축소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이 동시에 적용된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손질한다. 정부는 현재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을 각각 반영해 최대 80%까지 인정하는 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전환한다. 2028년부터 보유공제를 줄이고 거주공제를 확대하며, 2029년에는 보유공제를 없애고 거주기간에 따라 최대 80%를 공제한다. 공제액은 2028년 20억원, 2029년부터 10억원까지만 인정한다.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매각할 수 있도록 양도세 중과는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정부는 비거주·고가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다주택자의 매도 통로를 열어 시장에 주택이 나오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개편안에 따른 2027년부터 2031년까지의 세수 증가분은 3조443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종부세 증가액은 2조1815억원이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와 국무회의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한다. 실거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취학·전근·부모 봉양 등 불가피하게 거주하지 못한 1주택자를 어디까지 예외로 인정할지가 국회 심사의 핵심 쟁점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