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검사의 직접수사와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1954년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약 72년간 유지돼 온 검찰 중심의 수사 구조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며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중심으로 기능하는 체계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법률 개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사기관 간 권한 배분을 근본적으로 조정하는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이자, 향후 국민이 체감하는 사법 서비스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검찰은 직접수사와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서 범죄 대응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와 함께 권한 집중에 따른 견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반대로 경찰은 1차 수사기관으로서 역할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수사 역량 강화와 책임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번 개정은 이러한 논의를 제도적으로 정리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제도 변화 자체가 곧바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사권이 어느 기관에 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사건 처리의 지연이나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 권한 충돌이 발생한다면 제도 개편의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경찰은 확대된 수사 권한에 걸맞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춰야 한다. 디지털 범죄, 금융범죄, 조직범죄 등 갈수록 복잡해지는 범죄 유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과학수사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인권 보호와 적법절차 준수 역시 더욱 엄격하게 요구될 것이다.
검찰 역시 변화된 환경에 맞춰 공소 유지와 법률적 통제라는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기소 여부에 대한 객관적 판단과 재판 과정에서의 공정한 공소 유지, 법률적 기준 제시는 앞으로 검찰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핵심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등 새로운 수사체계도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해야 한다. 조직 신설이나 명칭 변경만으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으며, 기관 간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협력 체계를 실효성 있게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시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혼선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준비와 보완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형사사법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특정 기관의 권한 확대나 축소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범죄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며, 피의자의 적법절차와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있다. 어떤 제도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72년 만의 사법체계 개편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법률이 시행된 이후의 운영이다. 수사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 책임 있는 권한 행사, 철저한 인권 보호, 신속하고 공정한 사건 처리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이번 개혁은 제도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국민이 체감하는 사법개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법률은 바뀔 수 있지만, 법치주의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과 책임성, 그리고 국민 신뢰는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번 형사사법 체계 개편이 권한의 이동을 넘어 더욱 투명하고 효율적인 사법 시스템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