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폐지 이후 대부분의 사건을 책임지게 될 경찰이 초기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고 보완수사 요구를 줄이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전담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수사인력 확충 및 재배치를 검토하는 한편, 지역 유착을 차단하기 위한 순환인사 확대도 추진한다. 다만 일선 경찰관들은 강제 전보로 생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삭발투쟁에 나서 내부 갈등도 커지고 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막중한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고 밝혔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오는 10월 2일 시행되면 검사는 직접수사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같은 날 검찰청은 폐지되고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공소청과 6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검사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은 법 시행 이후 90일 안에 종결하거나 경찰과 중수청 등으로 넘겨야 한다. 검찰에 이미 송치된 사건에서도 보완수사 요구가 늘어날 수 있어 경찰 업무가 한꺼번에 증가하고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이 제시한 해법은 사건을 처음 맡는 단계에서부터 수사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홍 본부장은 “경찰이 사건을 맡으면 3개월 안에 송치 또는 불송치를 결정해야 한다”며 “최초 수사부터 지금보다 책임감 있게 완결성을 높여 보내겠다”고 말했다.
수사 과정에서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검사에게 의견과 조언을 요청해 쟁점을 미리 보완하기로 했다. 사건을 검찰에 보낸 뒤 추가 자료 제출이나 재조사가 반복되는 일을 줄여 전체 처리기간을 단축한다는 취지다.
홍 본부장은 “검사가 공소 제기와 유지에 집중하면 사건 기록을 더 철저하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찰도 수사자료와 입증 내용을 충실하게 갖춰 보완수사 요구 자체를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거나 처리가 부실할 경우 공소청이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권을 견제하는 장치라고 평가했다. 중대범죄는 중수청이 맡고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으면 다른 기관이 다시 수사할 수 있어 이른바 “공룡 경찰”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수사본부는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현장 혼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주 전담 TF를 출범시켰다. TF는 시도경찰청별 보완수사 요구 처리기간과 미이행 사건, 사건 적체 현황 등을 점검하고 제도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보완한다.
수사인력 확충과 재배치도 검토한다. 경찰은 인구와 사건 수를 기준으로 적정한 경찰관 규모를 산출하고, 일선 수사관을 늘릴지 사건기록을 중간에서 점검하는 검토 인력을 확대할지 논의하고 있다. 중수청이 경찰에 인력 지원을 요청할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순환인사 확대를 둘러싼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외부 민간위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경찰 수사개혁위원회는 장윤기 사건에서 불거진 지역 경찰과 토착세력 간 유착, 이른바 “향찰”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현재 경장급까지 적용되는 순환근무를 경감급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혁위원회는 이날 두 번째 회의를 열어 장윤기 사건의 수사 경과와 경찰의 개선대책을 보고받았다. 경찰은 한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면 지역 인사 및 수사 대상자와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정기적인 전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순환인사 확대가 경찰관의 주거와 자녀교육, 가족 돌봄을 위협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직협이 구성한 공동투쟁위원회 관계자 10명은 이날 경찰청 정문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삭발했다. 경찰청이 정책을 재검토하거나 현장 의견을 수렴하지 않으면 매주 집회와 릴레이 삭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중수청 조직 구성 작업도 진행 중이다. 개청준비단은 부패와 경제, 방위사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 등 6대 범죄별 수사국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사와 일반 수사인력을 구분하지 않고 1급부터 9급까지 단일 수사관 체계로 운영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현직 검사가 중수청으로 옮기면 4급 또는 5급 상당 수사관으로 배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평검사가 기존 검찰 조직에서 통상 중앙부처 3급 수준의 처우를 받아온 점을 고려하면 직급 하락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검사들의 중수청 지원이 저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사·기소 분리 이후 경찰이 감당할 사건 규모와 보완수사 요구량은 아직 정확히 산정되지 않았다. 초기수사의 품질을 높이면서도 사건 처리기간을 지키려면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순환인사를 통한 유착 차단과 현장 경찰관의 생활 안정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일도 제도 시행 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