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를 마치고도 팔리지 않은 주택이 전국적으로 3만 가구에 육박한 가운데 미분양 물량이 많은 일부 지역에서 신규 주택 착공이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미분양 매입을 확대하면서 건설사의 사업 위험을 공공이 떠안고 공급 조절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의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9천786가구로 전월보다 436가구, 1.5% 증가했다. 준공 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주택은 건설사가 공사비와 금융비용을 계속 부담해야 해 통상 ‘악성 미분양’으로 불린다.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은 2만5천91가구로 전체 물량의 84.2%를 차지했다. 전월보다 2.3% 증가한 반면 수도권은 4천695가구로 2.8% 감소해 지역별 격차도 커졌다.
준공 후 미분양이 가장 많은 지역은 대구로 3천575가구에 달했다. 부산이 3천292가구, 경남 3천226가구, 경북 2천973가구로 뒤를 이었다. 경기와 충남도 각각 2천568가구와 2천372가구가 준공 이후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미분양이 쌓인 지역에서 신규 착공도 계속되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상위 10개 지역 가운데 6곳의 올해 상반기 착공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경북의 1월부터 6월까지 주택 착공 물량은 8천242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459.2% 급증했다. 충남은 285.4%, 전남은 121.4%, 인천은 102.6% 늘었다. 대구도 94.9%, 경남은 10.8% 증가했다.
전국적인 공급지표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6월 전국 주택 착공은 2만3천638가구로 전년 동월보다 18.1% 감소했고, 인허가와 준공도 각각 36.1%와 61.1% 줄었다. 전체 공급은 위축됐지만 미분양이 집중된 일부 지역에서는 착공이 크게 늘어 지역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한 셈이다.
정부는 지방 건설경기 침체와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LH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매입 규모를 기존 3천가구에서 8천가구로 확대했다. 매입 상한가격도 감정평가액의 83%에서 90%로 높였다.
LH는 신청된 주택의 임대 활용 가능성과 향후 분양전환 가능성 등을 평가한 뒤 가격 검증과 협상을 거쳐 매입 대상을 결정한다. 사들인 주택은 분양전환형 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정부의 부동산 토론회에서 지방 미분양 문제와 관련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것이 중요하고 가격도 상당히 원활하게 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분양 매입이 지방 건설경기 회복과 주거 공급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분양이 실패한 주택을 공공기관이 일정 가격에 매입하면 건설사가 지역 수요를 충분히 따지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이 잘되면 수익을 얻고 미분양이 발생해도 LH 매입을 기대할 수 있다며, 현재 매입가격도 사업자의 손실을 상당 부분 줄여주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공공이 미분양을 떠안으면 사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하거나 가격을 낮추는 시장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감정평가액의 일정 비율로 매입하는 대신 정부가 매입 물량을 정한 뒤 사업자가 제시한 가격 가운데 낮은 가격부터 사들이는 역경매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방 건설업의 연쇄 부실을 막기 위한 공공 매입 필요성과 무리한 공급의 책임을 민간 사업자에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LH가 실제 지역 수요와 임대 활용 가능성을 얼마나 엄격하게 평가하고 매입가격을 어떤 기준으로 정할지가 정책 실효성과 시장 왜곡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