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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주도주 폭락 사태, 코스피 4100선 이탈하며 시장 전반에 "거품론" 충격파 확산

정한영 기자 | 입력 25-12-15 17:02



15일 국내 주식 시장은 미국 뉴욕 증시에서 촉발된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 회의론에 직격탄을 맞으며 급격한 매도 물결에 휩싸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6.57포인트(1.84%) 하락한 4,090.59에 장을 마감하며 단숨에 41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이미 2% 넘게 하락한 4,053.74에서 개장한 지수는 장중 4,052.65까지 하락하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였으며, 마감 직전 개인 투자자들의 대량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낙폭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이는 최근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와 함께 상승세를 구가했던 국내 증시의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반전된 대형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번 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동반 이탈이다. 이들은 각각 9,570억 원과 4,741억 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홀로 1조4,151억 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으나, 막대한 매도 물량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투자 주체별 극심한 수급 불균형은 시장 참여자들의 AI 테마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난 결과로 해석된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는 1.49포인트(0.16%) 소폭 오른 938.83으로 마감했으나, 이는 시가총액 상위 대형 기술주 중심의 코스피가 받은 충격의 크기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이번 투자 심리 악화의 핵심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최고경영자(CEO)인 호크 탄의 발언이다. 그는 실적 발표 후 가진 설명회에서 "1분기 비AI 매출 전망치는 지난해와 변동이 없다"고 밝히는 한편, "빠르게 성장하는 AI 매출의 총마진이 비AI 매출보다 작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이를 "AI 산업의 성장세는 인정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폭발적인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회의론으로 즉각적으로 해석했다. 그 결과 브로드컴의 주가는 하루 만에 11.4% 급락했으며, 이는 뉴욕 증시 3대 지수의 동반 하락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폭락으로 이어져 글로벌 기술주 전반에 냉각수를 끼얹었다. 전문가들은 이 발언이 단순히 일개 기업의 실적 전망을 넘어, 지난 1년여간 시장을 이끌어 온 AI 기술의 높은 밸류에이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고 분석한다.

국내 증시는 AI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반도체 섹터의 비중이 높아 충격이 더욱 컸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일제히 폭락을 기록했다.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76%와 2.98% 하락하며 10만4,800원과 5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외에도 HD현대중공업(-3.84%), 두산에너빌리티(-3.26%), 한화에어로스페이스(-5.52%), 삼성물산(-3.33%) 등 조선, 방산, 건설 관련 대형주들까지 낙폭을 키우는 모습을 보이며, 시장 전반이 AI 거품 논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입증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시장에 우호적이었던 12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을 소화하자마자, 곧바로 AI 버블 논란이라는 새로운 불확실성이 재부상했다"며, 시장의 핵심 동력이 AI 테마에 대한 민감한 반응으로 이전되었음을 시사했다.

향후 증시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미국 AI 주가의 급락 여파 속에서 미국 11월 고용과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 발언, 금리를 결정할 일본은행(BOJ) 회의, 그리고 마이크론 실적 발표 등이 예정돼 있어 변동성 장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마이크론의 실적은 AI 거품 논란을 종식하거나 더욱 심화시킬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이번 주 코스피 지수가 4,000포인트에서 4,22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한편 외환 시장에서도 미세한 변동성이 감지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7원 내린 1,471.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엔화 강세가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이 연구원은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의 반등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기저에 깔린 달러 강세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 면밀히 주목해야 한다"며, 글로벌 유동성 축소 기조와 AI 버블 논란이 맞물려 외환 시장에도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음을 밝혔다. 시장은 당분간 미국발(發) 매크로 지표와 AI 기업들의 실제 수익성 간의 괴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높은 변동성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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