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해외 주둔 미군 감축 시도에 제동을 거는 강력한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현지 시각 17일 미 상원은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의 2만 8500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이를 감축하기 위한 예산 집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번 법안 통과는 지난 10일 하원을 통과한 지 일주일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이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이번 입법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삭제되었던 감축 제한 조항을 5년 만에 다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한미 안보 협력의 가이드라인을 의회가 직접 재설정했다는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날 상원 전체 회의에서 진행된 표결 결과 찬성 77표와 반대 20표라는 압도적인 격차로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는 미 의회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주한미군의 동북아시아 내 전략적 가치와 안정 유지의 필요성에 대해 초당적인 합의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6 회계연도 국방 예산으로 총 9010억 달러, 한화 약 1330조 원이 책정된 이번 법안은 미군 병력의 복지와 첨단 군사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군 장병들의 급여를 연평균 3.8% 인상하는 안과 더불어 현대전의 핵심 자산인 군용 드론의 생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촉진하고 국가 미사일 방어 체계를 현대화하는 계획이 대거 포함되었다. 그중에서도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유사한 통합 방어 체계인 "골든돔" 구축 사업은 미국의 방어 전략이 한층 정교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주한미군 병력 유지에 관한 강제 조항이다. 법안은 승인된 국방 예산을 주한미군 병력을 현재의 2만 8500명 미만으로 줄이는 데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해당 조항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의회가 대통령의 독단적인 병력 철수 결정을 방지하기 위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국방수권법에 포함했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후 한미 관계의 신뢰가 회복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삭제되었으나 트럼프 집권 2기가 시작되면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잇따르자 의회가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군 통수권 중 예산 편성 권한을 의회가 통제함으로써 동맹의 급격한 변화를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항의 복원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와 충돌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력히 요구하며 이를 주한미군 유지 문제와 결부시키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NDAA 통과로 인해 행정부가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대규모 감축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에는 법적인 제약이 따르게 되었다. 이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안보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지만 동시에 미국 내에서도 동맹 유지에 따른 비용 분담에 대한 압박이 입법부 차원에서도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나아가 이번 법안에 담긴 첨단 무기 체계 및 "골든돔" 구축 예산은 한반도 내 사드 배치나 미사일 방어망 고도화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미 의회는 주한미군이라는 인적 자원뿐만 아니라 이들을 뒷받침하는 기술적 자산의 현대화를 통해 대중국 및 대북 억지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군사 정책의 변화는 향후 한미 간의 군사적 운용 방식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으며 한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와의 상호 운용성 증대에 대한 요구로 이어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은 미국의 국익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질서 유지에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결과물이다.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의 부활은 한미 동맹이 흔들리지 않는 제도적 기반 위에 있음을 상징하며 이는 향후 전개될 동북아 안보 지형 변화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법안 발효 이후에도 행정부가 우회적인 수단을 통해 병력 운영의 효율화를 꾀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한국 정부의 기민한 외교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