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법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해 온 검찰청이 개청 78년 만에 간판을 내리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올해 10월 2일을 기점으로 검찰청 폐지가 공식화되었으며, 이는 수사와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국가 사법 체계의 근본적인 재편을 의미한다. 하지만 거대한 제도적 변화를 앞두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후속 입법 과제가 산적해 있어 법조계 안팎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실정이다.
검찰청 폐지 이후의 핵심 골자는 기존 조직을 법무부 산하의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산하의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으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고, 중수청은 기존 검찰이 보유했던 직접 수사 기능을 넘겨받아 중대 범죄를 전담 수사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고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으나, 실제 운영 단계에서의 효율성과 전문성 확보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세부적인 법적 근거의 미비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기관 신설의 큰 틀만 제시했을 뿐,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인정 범위나 중수청의 구체적인 직제 편성 등 핵심 사안들은 개별 법률 제정을 통해 결정하도록 유보해 둔 상태다. 이로 인해 사법 체계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정교한 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수사권과 기소권이 물리적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사 지연이나 공소 유지의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직 구성원들의 심리적 저항과 인력 재배치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최근 검찰 내부에서 실시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직 검사들 중 중수청으로 전직하여 수사 업무를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비율은 1% 미만인 0.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소 업무를 담당할 공소청 근무 희망자는 77%에 달해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이는 검찰 조직 내에서 직접 수사 기능 상실에 대한 상실감과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방증하며, 향후 대규모 인력 이탈이나 조직 내부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범정부 태스크포스인 검찰개혁추진단 어깨가 무거운 가운데 후속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진단은 각 기관의 적정한 인력 배치 규모와 수사 역량의 연속성 확보 방안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특히 국가 수사 역량의 총량이 감소하지 않도록 기존 검찰 수사 인력을 중수청으로 자연스럽게 유입시킬 수 있는 유인책 마련과 더불어, 새로운 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체계 구축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이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형사 사법 정의의 실현 방식 자체를 바꾸는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인 인권 보호와 권력 남용 방지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수사 공백으로 인한 범죄 대응력 약화라는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두 기관으로 쪼개진 조직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공조 체계의 정립도 시급한 사안으로 꼽힌다.
결국 검찰청 폐지 이후 새롭게 출범할 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완벽히 보장받아야 한다. 중수청이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편제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수사의 독립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보완되어야 하며, 공소청 역시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소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독립적인 지위가 법적으로 명문화되어야 한다. 10월로 예정된 시행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치밀하고 정교한 세부 설계가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한국 사법사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역사적 변곡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검찰청 폐지가 단순히 물리적인 조직 해체에 그치지 않고, 보다 선진적이고 민주적인 사법 시스템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법조계 전반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