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은(성복고)이 이탈리아 리비뇨의 설상 위에서 한국 여자 스키·스노보드 역사를 새로 썼다. 공중 묘기를 겨루는 프리스타일 종목에서 나온 사상 첫 메달이자,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이 수확한 두 번째 낭보다.
유승은은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합계 171점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전날 남자 평행대회전 김상겸의 은메달에 이어 한국 설상 종목은 단일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인 메달 2개를 기록하게 됐다.
결선은 세 차례 점프 중 점수가 높은 두 개의 성적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유승은은 첫 번째 점프부터 승부수를 던졌다. 몸을 뒤쪽으로 세 바퀴 반 회전하며 비틀기를 가미한 고난도 기술 '백사이드 트리플 콕 1440'을 시도해 깨끗한 착지에 성공했다. 1차 시기에서 87.75점을 얻은 유승은은 곧바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기세를 올렸다.
2차 시기에서도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반대 방향 회전 기술인 프런트사이드를 구사해 83.25점을 추가한 유승은은 중간 순위 1위까지 치고 나가며 메달권을 예약했다.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일본의 무라세 고코모(179점)와 뉴질랜드의 조이 사도스키 시넛(172.25점)이 고난도 기술로 역전에 성공하며 각각 금·은메달을 가져갔으나, 유승은은 남은 점수를 끝까지 지켜내며 시상대에 올랐다.
경기장에는 유승은이 점프를 마칠 때마다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유승은은 착지 직후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의 연기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올림픽 직전 18세가 된 유승은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이자 한국 여자 선수로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빅에어 종목에서 출전과 결선 진출, 메달 획득까지 단숨에 이뤄냈다.
그동안 한국 스키와 스노보드는 동계올림픽에서 변방에 머물러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남녀 종목을 가리지 않고 메달이 나오면서 설상 종목 전반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술적 난도가 높은 프리스타일 종목에서의 메달은 한국 선수들의 신체 조건과 훈련 방식이 세계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유승은의 이번 성과는 특정 개인의 기량을 넘어 국내 설상 스포츠 저변 확대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세계 정상권과의 점수 차를 좁히기 위한 고난도 기술의 안정적 확보와 전용 훈련장 등 인프라 개선 문제는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현장에서는 유승은의 메달 획득 직후 한국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이 서로 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이번 메달로 한국 선수단은 대회 초반 설상 종목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종합 순위 경쟁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