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한마디가 묵직하다.
“코스피 5000의 온기가 대다수 국민에게 닿지 못했다면, 그것은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치의 실패다.”
숫자는 화려했다.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는 한국 경제의 도약을 상징하는 구호였고, 자본시장은 기대와 투기, 희망과 불안을 한데 섞어 들끓었다.
그러나 그 상승 곡선 아래에서 국민 다수는 체감하지 못했다. 주가는 올랐지만 삶은 가벼워지지 않았고, 자산은 불어났지만 내일은 여전히 불안했다.
정치는 여기서 무엇을 했는가.
자본시장은 늘 먼저 움직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장의 성과를 어떻게 분배하고, 그 성과가 사회 전체의 안전망과 기회 확대로 이어지게 할 것인가.
바로 그 지점이 정치의 역할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연결 고리를 끝내 만들지 못했다.
주식 계좌를 가진 국민은 소수였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이미 보유한 이들에게만 ‘코스피 5000’은 축제였고, 대다수 국민에게는 뉴스 속 숫자에 불과했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상승의 속도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온기가 어디까지 닿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조국의 발언은 단순한 시장 비판이 아니다. 이는 분명한 정치적 자성 요구다.
성장 담론이 분배의 언어로 번역되지 못했고, 금융의 성과가 노동과 생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정책을 설계한 정치에 있다.
정치는 종종 “시장에 맡겼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책임 회피에 가깝다. 시장은 방향을 만들지 않는다. 방향을 만드는 것은 정치다.
성장의 방향, 분배의 기준, 보호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그 모든 것은 정치의 고유 영역이다.
코스피 5000은 실패한 목표가 아니다. 실패한 것은 그 숫자를 국민의 삶으로 연결하지 못한 정치다. 숫자는 역사에 남지 않는다. 체감만이 기억된다.
국민은 더 이상 지표를 믿지 않는다.
내 월급, 내 주거, 내 노후가 나아졌는지를 묻는다.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정치라면, 아무리 높은 지수도 공허하다.
조국의 발언이 불편하게 들린다면, 그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다시 국민의 삶으로 내려오지 않는 한, 다음 번 ‘코스피 5000’도 또 하나의 실패한 구호로 남을 것이다.
정치의 실패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에게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