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중증·응급환자 수용 역량을 높이기 위해 권역 및 지역 응급의료센터의 전담 전문의 인력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27일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개정된 응급의료법의 후속 조치로, 내달 8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내원 환자 수에 비례한 전문의 인력 확충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연간 내원 환자가 3만 명을 넘을 경우, 기존 '1만 명당 1명'이었던 전담 전문의 배치 기준이 '5천 명당 1명'으로 강화된다. 이는 사실상 인력 확보 기준을 기존보다 2배 상향한 조치다.
지역응급의료센터에도 새로운 인력 기준이 도입된다. 전년도 내원 환자 7천 명당 최소 1명의 전담 전문의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원활한 인력 수급을 위해 전담 전문의로 채용 가능한 진료 과목은 기존 응급의학과, 내과 등 10개 과목에서 산부인과와 가정의학과가 추가돼 총 12개 과목으로 확대된다.
응급의료센터의 지정 요건 역시 단순 처치를 넘어 최종 치료 역량 중심으로 재편된다. 앞으로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으려면 기관 내 삽관, 제세동 등 기본 응급처치는 물론 중환자 관리와 뇌·복부 응급수술 등 응급실 이후 단계의 수술 및 시술 기능까지 갖춰야 한다.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는 24시간 수술실 운영 능력이 필수 지표로 반영된다.
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수용 거부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의를 새롭게 양성하기보다 기존 인력의 재배치를 유도하고, 기준을 충족하는 기관에는 인센티브를, 미달하는 기관에는 센터 재지정 취소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인력 확보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경우 전문의 채용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만 강화할 경우 응급의료 체계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역별 상황을 고려한 세부 지원책을 병행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개정 시행규칙을 공포한 뒤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3년 주기 응급의료센터 재지정 절차에 변경된 기준을 전면 적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