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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석유제품 31% 폭등에 3월 생산자물가 1.6% 상승…23개월 만에 최대폭

강호식 기자 | 입력 26-04-22 09:19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6년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5.24로 전월 대비 1.6% 상승했다. 이는 2024년 4월 이후 2년 만에 기록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수 수치 자체로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생산 현장의 비용 압박이 가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4.1%에 달한다.

이번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에 있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국내 정유 및 화학 업종에 고스란히 전이되며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향후 장바구니 물가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품목별 지수 변동을 살펴보면 공산품의 상승세가 독보적이다. 석탄 및 석유제품은 한 달 만에 31.9%가 오르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화학제품 역시 6.7% 상승하며 뒤를 이었다. 공산품 전체 지수는 전월 대비 3.5% 올랐는데,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상위권에 속하는 수치다. 원유와 나프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중간재와 최종 제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밀어 올리는 구조가 확인됐다.

반면 먹거리 물가는 다소 진정세를 보였다. 농림수산품 지수는 전월 대비 3.3% 하락하며 공산품과는 상반된 흐름을 나타냈다. 세부적으로는 농산물이 5.0%, 축산물이 1.6% 각각 내렸다. 명절 수요가 지나가고 출하량이 안정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력, 가스 및 수도 등 공공요금 부문은 전월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며 지수 변동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국내 공급 단계별 물가 추이를 보여주는 국내공급물가지수도 전월보다 2.3% 올랐다. 원재료 가격이 5.1% 상승하며 전체 지수를 주도했고, 공정 과정에 투입되는 중간재 역시 2.8% 올랐다.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최종재는 0.6% 상승에 그쳤으나, 원재료와 중간재의 상승 폭이 커 시차를 두고 최종재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생산품의 전반적인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총산출물가지수는 2월 대비 4.7% 급등했다. 수출 물가가 포함된 이 지수의 상승은 원달러 환율 변동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은행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생산자물가 상승세가 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한 제조업체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감지된다. 경기도 시흥의 한 부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속도를 납품 단가가 따라가지 못해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전했다. 특히 석유화학 원료를 사용하는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바우처 지원과 유류세 인하 폭 조정 등 대책을 검토 중이나, 국제 유가라는 외부 변수를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자물가 상승이 생산 위축과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생산자물가 급등으로 인해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비용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면서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사이의 정책적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 여파가 전 산업군으로 확산됨에 따라 다음 달 발표될 소비자물가 지표의 향방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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