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취약지 의료기관에 24시간 영상판독을 지원하는 사업이 현장 진료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상 기관의 참여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해 제도 홍보와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연구팀은 최근 대한응급의학회지에 게재한 "취약지 응급 영상판독 지원 사업의 현황 파악 및 효과 평가 연구"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밝혔다. 해당 연구는 대한응급의학회지 2026년 37권 2호에 실렸으며, 취약지 응급 영상판독 지원사업의 운영 현황과 현장 효과를 평가했다.
응급 영상판독 지원사업은 국립중앙의료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원격 협진 체계다. 취약지 의료기관은 X-ray, CT, MRI 등 응급 영상자료를 24시간 365일 의뢰할 수 있고,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1시간 이내에 판독 결과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야간과 휴일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 응급실의 진료 공백을 줄이기 위한 사업이다.
연구팀이 사업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참여 의료기관은 2022년 34곳에서 2024년 37곳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상판독 건수는 1만207건에서 1만3375건으로 증가했다. 참여 기관 수와 판독 의뢰 건수가 함께 늘면서 취약지 응급실에서 원격 영상판독 수요가 꾸준히 확인된 셈이다.
현장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참여 기관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응급환자의 최종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고, 진료 판단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많았다. 연구팀은 2024년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배경으로 판독 결과 제공 시간 단축과 의료진의 사업 활용 경험 축적을 꼽았다.
취약지 의료기관의 인력 여건을 고려하면 사업 필요성은 더 뚜렷하다. 2024년 기준 사업 참여 기관 가운데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보유한 곳은 54.1%에 그쳤다. 이마저도 응급 영상판독은 대부분 평일 주간에만 가능했다. 야간이나 휴일에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현장 의료진이 영상 판독과 전원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
연구팀은 24시간 운영되는 응급 영상판독 지원사업이 이런 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뇌출혈, 외상, 급성 복부질환처럼 영상 판독이 치료 방향과 전원 여부를 좌우하는 상황에서는 신속한 전문의 판독이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
그러나 사업 참여율은 낮았다. 취약지에 위치한 병원급 이하 응급실 운영기관 76곳 가운데 실제 참여 기관은 37곳으로, 참여율은 48.7%였다. 사업 대상 기관 두 곳 중 한 곳 이상은 아직 지원 체계에 참여하지 않은 셈이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강원과 전남은 취약지 의료기관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됐지만, 전남의 사업 참여율은 28.6%에 그쳤다. 반면 전북은 취약지 의료기관의 80.0%가 사업에 참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의료기관의 인식 차이, 의뢰 절차 부담, 기존 협진 체계와의 중복 여부 등이 참여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참여하지 않은 기관의 사유를 조사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사업 개선을 통해 더 많은 취약지 응급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이번 연구 결과가 응급 원격 협진 연계, 지역 거점 응급의료기관과 취약지 의료기관 간 협업, 중장기 응급의료 계획 수립에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응급의료 취약지의 문제는 병상이나 장비 부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장비가 있어도 판독할 전문 인력이 없으면 진단과 처치가 늦어질 수 있다. 응급 영상판독 지원사업은 이 간극을 줄이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를 넓히려면 참여 기관 확대와 의뢰 절차 개선, 지역별 편차 해소가 다음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