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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대졸 요건 없앤다…학벌 대신 직무 역량 본다

주민지 기자 | 입력 26-06-17 10:06



SK하이닉스가 채용 과정에서 대졸 학력 요건을 없애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에 나선다.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출신 학교와 학위보다 직무 수행 능력과 현장 적응력을 중심으로 인재를 뽑겠다는 취지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일부 채용 직군에서 요구해 온 대졸 이상 지원 조건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연구개발, 기술, 사무 직군과 생산·설비 직군에 따라 학력 요건이 구분돼 있었다. 앞으로는 학위 자체보다 직무에 필요한 지식, 실무 경험, 문제 해결 역량을 더 비중 있게 평가하는 방식으로 채용 기준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번 변화는 반도체 산업의 인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흐름과 맞물려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커지면서 생산라인 운영, 장비 유지보수, 공정 관리, 품질 분석 등 현장형 직무의 중요성이 커졌다. 회사 입장에서는 특정 학위 보유 여부만으로 인재풀을 제한하기보다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폭넓게 찾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그동안 SK하이닉스 채용은 직군별 학력 기준이 뚜렷했다. 일부 기술·사무직은 대졸 이상을 요구했고, 생산직 성격의 전임직 채용은 고졸 또는 전문대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대졸 지원자들이 학력을 낮춰 지원할 수 있는지를 묻는 사례까지 나오며 "역학력" 논란이 불거졌다. 높은 성과급과 안정적인 근무 조건 때문에 학력 제한 자체가 채용 시장의 쟁점이 된 것이다.

대졸 요건 폐지는 이런 경직된 구분을 줄이는 방향으로 읽힌다. 고졸, 전문대졸, 대졸이라는 학력 구간보다 직무별 검증 절차를 강화해 실제 역량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서류 단계에서는 전공명이나 학교명보다 관련 경험과 프로젝트, 자격, 직무 이해도를 보고, 이후 인·적성 검사와 면접에서 업무 적합성을 따지는 방식이 될 수 있다.

기업 채용 시장에서는 이미 학력 중심 선발이 약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정보기술, 제조, 반도체 분야에서는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기술과 문제 해결 경험이 중요해졌다. 특히 반도체 공정은 설비와 데이터, 안전 규정, 생산 품질이 동시에 맞물리기 때문에 실제 현장 이해도가 높은 인력이 필요하다.

다만 학력 요건을 없앤다고 해서 채용 문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원자는 학위 대신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직무 관련 교육 이수, 반도체 공정 이해, 장비·전기·전자 관련 자격, 프로젝트 경험, 데이터 분석 역량 등이 평가 기준으로 올라올 수 있다. 회사도 학벌을 보지 않는 대신 직무 검증을 더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생긴다. 학력이 부족해 지원 자체가 막혔던 사람에게는 문이 넓어진다. 반대로 대졸 지원자도 졸업장만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기 어려워진다. 같은 출발선에서 평가받는 만큼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SK하이닉스의 채용 제도 변화는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도체 업계는 인력 수급이 곧 경쟁력인 산업이다. 한 기업이 학력 요건을 낮추고 실무 역량 중심 채용을 확대하면 협력사와 다른 제조 대기업도 비슷한 방식의 채용 개편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기준의 투명성이다. 학력 요건을 없앤 뒤에도 평가 기준이 모호하면 지원자는 또 다른 불공정 논란을 제기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학벌 대신 실력을 보겠다는 방향을 실제 채용 과정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직무 역량을 공정하게 검증할 장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할지가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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