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의 관계에 관한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형이 최종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 당시 보전받은 선거비용 약 397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서울고법 형사2-1부(재판장 백승엽)는 4일 오후 2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 7월 1심에서 선고된 형량과 같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성배 관련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 발언이 허위사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1월 17일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전 씨를 당 관계자로부터 소개받았고 김건희 여사와 함께 만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미 전 씨와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김 여사와 함께 만난 사실도 있었다고 판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적용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혐의도 받았다.
윤 전 서장은 윤 전 대통령의 검찰 재직 시절 측근으로 알려진 윤대진 전 검사장의 친형이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윤 전 서장의 수사 관련 의혹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실제로 변호사 소개에 관여했으면서도 대선 과정에서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두 가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행위는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사 소개와 관련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소개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전 씨와 관련된 발언에 대해서도 일부 표현이 실제 취지와 다르게 해석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반면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3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당시 선거 상황과 득표율 차이 등을 언급하며 허위사실 공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윤 전 대통령이 실제 사실관계를 알고 있었는지와 대선 당시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였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가 당선될 목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치인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는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과 맥락, 객관적인 사실관계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의견이나 해석의 차이를 넘어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윤 전 대통령 개인의 형사처벌뿐 아니라 국민의힘의 선거비용 반환 문제와도 연결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자가 선거범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아 당선이 무효가 되면 소속 정당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등을 반환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2022년 대선 당시 보전받은 금액은 약 397억 원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은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 기준을 넘는 형이다.
다만 이날 항소심 선고만으로 국민의힘에 선거비용 반환 의무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상고할 경우 대법원 판단을 거쳐 형이 확정돼야 한다. 이후 확정 판결에 따라 선거비용 반환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반환 대상 금액이 수백억 원에 이르는 만큼 판결 확정 여부는 국민의힘의 재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번 항소심 선고는 법원의 허가에 따라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됐다.
재판부는 공개된 선고 공판에서 대선 당시 발언의 허위 여부와 피고인의 인식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전직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이라는 점에서 선고 과정도 공개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다른 형사사건의 재판도 받고 있다. 각 사건은 적용 법률과 공소사실이 다르며, 이번 공직선거법 사건의 유무죄 판단과는 구분된다.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이 유지되면서 사건은 상고 여부와 최종 확정 판결이 남은 단계로 넘어갔다.
대선 후보 시절 발언에 대한 형사책임과 함께 약 397억 원의 선거비용 반환 문제가 걸린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이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