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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본사업 앞두고 의료계 반발…“초진 축소하고 30일 처방 예외 삭제해야”

박현정 기자 | 입력 26-11-01 20:11



비대면진료의 제도권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가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안에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초진 환자에 대한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를 줄이고, 기존 진료 이력이 있는 환자에게 최대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한 예외 규정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현행 내용대로 시행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비대면진료의 편의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대면진찰을 통한 정확한 진단과 환자 안전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경과 질환은 증상에 대한 문진뿐 아니라 신체진찰과 신경학적 검사가 진단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신경과 진료에서는 환자의 근력과 감각, 반사, 보행 상태 등을 확인하는 검사가 활용된다. 일부 신경계 질환은 초기 증상이 다른 질환과 유사하거나 짧은 시간 안에 상태가 악화할 수 있어 대면진찰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 의사회 측 설명이다.

의사회는 "진료의 편의성과 산업적 이익이 진단의 정확성, 치료의 연속성, 의료인의 독립적인 판단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비대면진료의 한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중증질환의 발견과 치료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수정을 요구한 부분은 초진 비대면진료 허용 기준이다.

의사회는 처음 진료받는 환자에 대한 비대면진료를 의료 접근성이 현저히 낮거나 임상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진료 이력이 있는 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진료를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처방 기간에 관한 예외 규정도 문제 삼았다.

정부 개정안에는 기존 진료와 처방 이력이 있는 환자에게 일정 조건에서 최대 30일까지 처방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회는 해당 규정이 환자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하는 의료진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신경과 질환은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같은 질환으로 치료받는 환자라도 증상 변화와 약물 부작용, 다른 질환의 동반 여부에 따라 진료와 검사 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의사회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처방 기준이 환자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과 장기요양수급자에게 적용되는 지역 제한 예외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사회는 등록장애인 전체가 아닌 중증 등록장애인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장기요양수급자는 1·2등급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장애 정도나 장기요양등급만으로 실제 의료 접근성을 판단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동이 어렵거나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에게 비대면진료는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간과 휴일에 이뤄지는 비대면진료를 전체 진료 비율과 건수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의사회는 시간대에 따라 비대면진료 건수 관리 기준을 달리 적용하면 특정 시간에 진료가 집중되거나 제도상 제한을 우회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운영 방식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의사회는 환자의 별점 평가와 이용 후기 등이 의료기관의 검색 노출 순위에 반영되는 구조에서 의료인의 독립적인 판단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가 요구하는 약물의 처방을 거절하거나 대면진료를 권고한 의료기관이 낮은 평가를 받으면 플랫폼 내 노출과 환자 유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환자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부적절한 처방의 거절이나 대면진료 권고가 불이익으로 이어지고, 원하는 약물을 쉽게 처방하는 의료기관이 유리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단순한 의료기관 연결 서비스를 넘어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과 의료진의 진료 행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문제다.

의료기관 검색과 예약, 진료 연결 과정에서 플랫폼의 역할이 커질수록 광고와 평가, 추천 순위 등에 대한 관리 기준도 중요해진다.

의사회는 신경과 질환에 사용하는 의약품의 처방 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치매와 뇌전증 등 신경계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종류에 따라 부작용과 의존성, 상호작용 위험이 다르다. 일부 약물은 정기적인 검사와 환자 상태 평가가 필요하다.

의사회는 항불안제와 항정신병약, 항뇌전증약 등을 일률적으로 취급하지 말고 환자의 진료 이력과 약물별 위험성을 고려해 비대면 처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기적인 안전성 평가가 필요한 약물은 비대면 처방을 제한하고 대면진료와 검사 주기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자의 신원과 법정대리인 자격을 확인하는 절차도 보완 과제로 제시됐다.

비대면진료는 의료진과 환자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만큼 환자 본인 여부와 대리인의 권한을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의사회는 법정대리인 자격 확인 기준을 명확히 하고, 환자 개인정보의 수집과 보관, 활용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책임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전화 방식으로 이뤄지는 비대면진료의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진료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과 플랫폼 사이의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의료 접근성 확대와 환자 안전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료기관 방문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에게는 비대면진료가 진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신체검사와 정밀한 진찰이 필요한 질환에서는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다.

의사회는 정부가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한 감독 방안과 환자 피해구제 체계를 공개하고, 의료계 및 환자단체와 함께 제도의 안전성을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면 시행 일정과 적용 범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독립적인 판단은 비대면진료 시행의 선행 조건"이라며 공공플랫폼 구축 없이 민간 플랫폼 중심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비대면진료 본사업의 세부 기준을 놓고 의료계의 수정 요구가 이어지면서 실제 시행 과정에서 적용할 환자 범위와 처방 기준, 플랫폼 관리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초진 허용 범위와 장기 처방 예외, 의료기관 평가 및 노출 기준은 환자의 이용 편의와 의료진의 판단 권한이 직접 맞닿는 부분이다.

비대면진료가 제도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의료 접근성을 유지하면서도 진료 안전성과 의료인의 독립성을 어떤 기준으로 보장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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