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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원 돌파했던 ETF 시장, 3개월 만에 54조원 증발…반도체 레버리지 직격탄

주민지 기자 | 입력 26-10-30 10:46



올해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순자산 500조원을 넘어섰던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3분기 들어 급격히 위축됐다. 주식시장 조정으로 편입 자산의 평가액이 하락하면서 석 달 만에 순자산이 54조원 넘게 감소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상품의 감소 폭이 컸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콤 ETF CHECK가 집계한 지난 9월 말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457조7256억원으로 나타났다. 6월 말 기록한 512조4080억원과 비교하면 54조6824억원 감소한 규모다. 감소율은 약 10.7%에 달한다.

국내 ETF 시장은 올해 상반기 증시 상승과 투자자금 유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개별 주식보다 다양한 종목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과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편의성이 맞물리면서 개인투자자의 참여도 확대됐다.

그러나 7월 들어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상반기 ETF 자산 증가를 이끌었던 국내 주식형 상품들이 주가 하락의 영향을 직접 받았다.

월별 순자산 추이를 보면 변화가 뚜렷하다. 6월 말 512조4080억원이었던 전체 ETF 순자산은 7월 말 434조4874억원으로 줄었다. 한 달 만에 약 77조9000억원이 감소한 것이다.

이후 8월 말에는 450조1193억원, 9월 말에는 457조7256억원으로 회복됐지만 상반기 말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주목할 부분은 ETF 시장에서 투자자금이 일제히 빠져나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신영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주식형 ETF에는 6조8277억원이 순유입됐다. 분기 기준으로 9개 분기 연속 자금 순유입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7월에는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ETF 매수에 나서면서 전체 ETF 시장에 20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런데도 전체 순자산은 감소했다. ETF의 순자산은 신규 투자금뿐 아니라 펀드가 보유한 주식과 채권 등 기초자산의 시장가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새로운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기존 편입 종목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전체 자산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이번 3분기 ETF 시장에서 나타난 현상도 이러한 구조와 관련이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는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의 순자산은 3분기 동안 약 9조6900억원 감소했다. 감소율은 60.8%에 이르렀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일정 배율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주가가 상승할 때 수익을 확대할 수 있지만 하락할 때는 손실도 커진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일반적인 지수형 ETF와 달리 특정 기업의 주가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위험도 높아진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 7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고,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사이의 괴리율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와 주가 조정이 겹치면서 관련 상품의 거래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ETF 자금 흐름은 9월 들어 다시 달라졌다. 국내 주식형 ETF에서는 1조4971억원이 순유출되며 4개월 만에 월간 기준 자금 유출로 전환됐다.

7월에는 주가 하락에도 저가 매수 자금이 집중됐지만, 9월에는 외국인 매도와 미국 장기금리 상승 등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도 달라진 것이다.

운용사별 경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국내 ETF 시장 1위인 삼성자산운용은 3분기 동안 순자산이 약 22조원 감소했다. 9월 말 시장점유율은 38.99%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9월 말 ETF 순자산은 143조5480억원으로, 6월 말보다 15조1037억원 감소했다. 다만 감소율은 9.52%로 삼성자산운용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두 운용사의 순자산 격차는 6월 말 42조1318억원에서 9월 말 34조9411억원으로 좁혀졌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70%를 넘어섰다. 시장 전체 자산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대형 운용사 중심의 집중 구조는 유지된 셈이다.

ETF는 소액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거래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금이 보장되는 금융상품은 아니다. 특히 특정 산업이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ETF는 일반적인 시장지수형 상품보다 가격 변동이 클 수 있다.

레버리지 ETF의 경우 장기간 보유했을 때 실제 누적 수익률이 기초자산의 누적 수익률에 단순히 배율을 곱한 값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일간 수익률을 추종하는 구조 때문에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수익률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ETF 시장의 순자산 감소는 투자자금 유출뿐 아니라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액 변화가 시장 규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줬다.

특히 상반기 급성장했던 반도체 중심의 고위험 상품에서 자산 감소가 집중된 만큼, 향후 ETF 시장에서는 자금 유입 규모와 함께 상품별 위험 집중도, 투자자 보호 장치의 실효성이 주요 쟁점으로 남게 됐다.

주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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