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10월 수출액이 1,152억8천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올해 누적 수출액은 9,300억달러에 도달했다. 연간 수출 1조달러까지 남은 금액은 700억달러다.
산업통상부는 1일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서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같은 달보다 93.7% 증가한 1,152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수출액 1,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9,300억달러로, 연간 수출액이 9,000억달러를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현재 수출 증가세를 고려할 때 11월 중 연간 누적 수출액이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수출 실적을 이끈 핵심 품목은 반도체다.
10월 반도체 수출액은 564억4천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49%를 차지했다. 한국이 해외에 판매한 상품 수출액의 절반 가까이가 반도체에서 발생한 셈이다.
인공지능 산업의 확산과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린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AI 서버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D램 등 첨단 메모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수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도 수출 증가에 힘을 보탰다.
10월 자동차 수출액은 65억5천만달러로 역대 10월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조업일수가 늘어난 데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해외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자동차 수출이 확대됐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는 연비와 주행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를 함께 생산하는 구조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의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번 수출 실적은 한국 경제가 1960년대 경공업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변화해 온 과정을 보여준다.
한국이 처음으로 연간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것은 1964년 11월 30일이다.
당시 주요 수출 품목은 가발과 섬유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이었다. 정부는 이를 기념해 11월 30일을 "수출의 날"로 정했다.
이후 한국의 수출 산업은 섬유와 신발 등 경공업에서 철강, 조선, 자동차, 전자제품, 반도체 등으로 확대됐다.
수출 품목의 변화와 함께 해외 시장도 다변화됐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중국, 동남아시아 등 주요 시장에서 생산과 판매 기반을 구축해 왔다.
1964년 연간 1억달러 수준이었던 수출액이 2026년에는 1조달러 돌파를 앞두게 된 것이다.
다만 수출 규모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10월 전체 수출액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9%에 달했다.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때는 전체 수출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지만, 반대로 글로벌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거나 주요 국가의 설비투자가 위축될 경우 수출 증가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국제 경기와 IT 기업들의 투자 계획, 메모리 가격 변동에 민감한 특성을 갖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첨단기술 경쟁과 반도체 공급망 재편도 국내 수출기업들이 대응해야 할 변수다.
반도체 수출 확대가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끄는 가운데 자동차와 조선, 기계, 석유화학 등 다른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문제도 중요해졌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10월에도 우리 수출이 1,100억달러 이상의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며, 11월 중 연수출 1조달러 달성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인공지능 산업 성장에 따른 반도체 등 첨단산업 수요 확대와 함께,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노력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11월 중 수출 1조달러 달성은 현재까지의 누적 실적과 수출 증가세를 바탕으로 한 예상이다. 실제 달성 여부와 시점은 11월 수출 실적에 따라 확정된다.
현재까지 집계된 수출액을 기준으로 1조달러 돌파까지 필요한 금액은 700억달러다.
최근 두 달 동안 월간 수출액이 1,100억달러를 넘어선 만큼 정부는 11월 중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현실화하면 한국 수출 역사에서 새로운 기록이 된다. 그러나 수출액 증가가 곧바로 모든 산업과 기업의 실적 개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수출 호조가 일부 대기업과 반도체 산업에 집중될 경우 중소 수출기업이나 다른 제조업종이 체감하는 경기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수출이 연간 1조달러라는 새로운 규모에 접근한 가운데, 앞으로의 쟁점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를 다른 산업으로 얼마나 확대하고 글로벌 수요 변화에도 안정적인 수출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