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사의 한 시대를 이끌었던 배우 고(故) 최불암의 빈소가 공개됐다.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고인의 흑백 영정사진 곁에는 정부가 추서한 금관문화훈장이 놓였다. 드라마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를 통해 오랫동안 국민과 함께했던 배우의 마지막 길에 문화예술계와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3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고 최불암의 빈소가 마련됐다. 고인은 지난 29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다.
유족은 당초 빈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었으나 이후 내부 모습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공개된 빈소에는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흑백 영정사진이 놓였다. 영정 옆에는 대한민국 문화예술 분야 최고 등급 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이 자리했다.
정부는 고인이 한국 대중문화와 방송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오후 빈소를 방문해 유족에게 훈장을 전달했다.
금관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문화훈장 가운데 가장 높은 1등급이다. 고인은 앞서 2014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인이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이후 67년 동안 연극과 드라마, 영화, 교양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한국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드라마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는 최불암의 배우 인생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1971년 방송을 시작한 MBC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최불암은 박영한 반장 역을 맡았다.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영한 반장은 범죄 수사에 나서는 형사이면서도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사정을 살피는 인물로 그려졌다. 최불암은 오랜 기간 같은 역할을 연기하며 한국 수사극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1980년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에서는 김 회장 역을 맡았다.
"전원일기"는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가족과 이웃의 일상을 그린 작품으로, 2002년까지 20년 넘게 방송됐다. 최불암은 가족의 중심을 지키는 김 회장 역으로 출연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인지도를 얻었다.
두 작품은 장르와 배경은 달랐지만 최불암이 오랜 기간 시청자들의 일상에 함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활동을 이어갔다.
2011년부터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진행을 맡아 전국 각지의 음식과 지역 주민들의 삶을 소개했다.
프로그램에서는 지역의 전통 음식과 식재료, 음식을 둘러싼 가족과 공동체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최불암은 직접 지역을 찾아 주민들과 대화하고 음식을 함께하며 방송을 이끌었다.
그의 활동은 연예계에만 머물지 않았다.
최불암은 1985년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으로 활동하며 국내외 아동 지원과 후원 활동에도 참여했다.
어린이 지원을 위한 활동을 오랜 기간 이어온 점은 고인의 생애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이번 장례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오랫동안 재단과 인연을 맺어온 고인의 활동을 반영한 장례 형식이다.
발인은 오는 11월 2일 오전 7시께 진행될 예정이다. 발인 이후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당에서 장례미사가 열릴 계획이다.
장지는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으로 정해졌다.
고인의 별세로 한국 방송 드라마의 성장기를 함께한 원로 배우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최불암은 1950년대 말 연극 무대에서 출발해 흑백TV와 컬러TV 시대를 거쳐 장기간 방송 활동을 이어왔다.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과 "전원일기"의 김 회장, "한국인의 밥상"의 진행자는 각각 다른 시대의 시청자들에게 기억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면서 고인의 문화예술 활동은 국가 차원의 예우를 받게 됐다.
67년에 걸친 연기와 방송 활동을 마무리한 최불암의 마지막 길에는 그가 남긴 작품과 사회공헌 활동이 함께 조명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고인의 대표작과 방송 기록을 어떻게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지에 있다.
이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