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1일 해외 순방이 지나치게 잦다는 야당 등의 비판에 대해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반박했다. 대통령의 해외 방문을 관광이나 휴식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하면서 정상외교에 수반되는 업무 강도와 외교 성과를 직접 비교해 볼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의 순방이 단순 관광으로 보이냐"는 한 누리꾼의 글을 공유하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사람은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라고 적었다.
이어 해외 순방에 대한 일부 비판을 겨냥해 "사진 찍고 생색이나 내며 널널하게 음주, 쇼핑, 관광이나 즐기는 것을 대통령 순방으로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높은 강도의 준비, 장시간 비행과 빽빽한 업무 일정, 수시로 링거 맞으며 코피 터지는 순방조차도 놀러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현직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비교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전-현직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과 업무강도, 그 결과로써 순방 성과의 차이는 함께 경험하는 동행기자단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 횟수와 필요성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에 직접 대응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해외 방문의 빈도만을 문제 삼기보다 실제 일정과 업무 내용, 외교적 성과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대통령이 언급한 순방 중 수액 투여와 코피 등의 상황은 이날 SNS에 담긴 설명이다. 구체적인 발생 시점이나 의료적 상황에 관한 별도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대통령실도 최근 정상외교 일정이 늘어난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정상외교 수요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
위 실장은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이 많이 올라가 다자회의 참석과 상대국의 방문 요청이 맞물려 정상외교 일정이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현상은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똑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국제회의 참석과 외국 정상들의 방문 요청이 겹치면서 해외 일정이 증가했다는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다자 정상회의 참석, 양자 정상회담, 경제·통상 협의, 안보 현안 논의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뤄진다. 일정에 따라 기업인 간담회나 현지 동포 행사, 국제기구 관계자 면담 등이 포함되기도 한다.
특히 다자 정상회의는 개최국과 국제기구가 일정을 정하기 때문에 개별 국가가 참석 시기나 장소를 자유롭게 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반면 야당 등이 제기하는 순방 빈도에 관한 문제는 해외 방문의 필요성과 비용, 국내 현안 대응 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해외 순방에는 항공기 운항과 경호, 수행 인력, 현지 행사 등에 예산이 투입된다. 따라서 순방의 적절성을 평가하려면 방문 횟수뿐 아니라 구체적인 목적과 지출 내역, 회담 결과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상외교의 성과 역시 단순한 회담 횟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정상 간 합의가 실제 정책이나 경제협력 사업으로 이어졌는지, 외교·안보 현안에서 어떤 후속 조치가 이뤄졌는지가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 사용한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표현은 상대방의 인식과 판단을 비판하는 취지로 쓰였다. 대통령이 야당 등의 비판에 강한 표현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발언 자체도 정치권의 논쟁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은 SNS 글에서 특정 야당 인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해당 표현이 누구를 개별적으로 지칭한 것인지는 공개된 글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이번 논란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둘러싼 평가 기준의 차이를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국제적 위상과 외교 수요 증가를 설명하고 있으며, 비판하는 측은 해외 방문의 빈도와 필요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이 대통령이 동행기자단을 언급하며 전·현직 대통령의 순방을 비교해 볼 것을 제안한 만큼 실제 방문 일정과 업무 내용, 순방 성과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남은 쟁점은 해외 순방 횟수 자체가 아니라 각 방문이 어떤 외교적 필요에 따라 추진됐고,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있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