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실제 취득한 민간 인증과 수상 경력을 병원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게시했더라도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광고에 해당하면 처벌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광고 내용이 사실인지와 관계없이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을 내세우거나 수상·인증 경력을 홍보하는 행위 자체가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지난 9월 30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기 광명시 소재 치과의원 원장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3월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의원 홈페이지에 "인비절라인 투명교정 인증의", "인코그니토 설측교정 인증의" 등의 명칭을 사용해 병원을 광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홈페이지에는 "인비절라인 공식인증 교정치과", "2023 대한민국 100대 명의 선정(임플란트 부문)" 등의 문구도 게시됐다. 전공의 증례 발표 우수상 수상 경력 역시 홍보에 활용됐다.
2024년 11월에는 병원 블로그에 "2023KCIA 광명시 지역 우수 병원 선정"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문제가 된 광고에는 민간 학회와 의료기기 관련 업체 등이 부여한 인증이나 수상 경력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의료법은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이나 명칭을 표방하는 광고와 일정한 수상·인증·보증·추천 내용을 이용하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A씨는 재판에서 실제로 취득한 자격과 수상 경력을 사실대로 기재했기 때문에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민간 학회나 의료기기 업체가 부여한 명칭이라는 점을 알 수 있어 소비자가 법적 근거를 갖춘 공식 자격으로 오인할 가능성도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이나 명칭을 표방하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는 취지는 그 표현 내용의 진실성 여부와 상관없이 그러한 광고를 규제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광고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한다고 해서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핵심은 해당 자격이나 경력을 실제로 취득했는지가 아니라 이를 의료광고에 사용하는 방식이 법률상 허용되는지 여부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민간 학회가 부여한 인정의 자격을 전문의 자격과 유사하게 표시한 점을 문제 삼았다.
A씨는 홈페이지에서 민간 학회의 인정의 자격을 전문의 자격 바로 아래에 나란히 기재하고 같은 방식의 굵은 글씨로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민간 인정의 자격이 전문의 자격과 대등하거나 유사한 자격인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의료인에게 실제로 존재하는 법정 전문의 자격과 민간기관이 부여한 인증·인정 명칭이 소비자에게 혼동될 수 있는 표시 방식이었다.
인비절라인과 인코그니토 등의 명칭도 판단 대상이 됐다.
재판부는 이들 명칭이 교정장치나 이를 이용한 시술방식 자체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명칭에 "인증의"라는 표현을 결합하면 소비자가 해당 시술에 관해 법적 근거가 있는 자격이나 명칭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수상 경력을 활용한 광고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장 자체를 홈페이지에 게시하지 않았더라도 수상 사실을 의료기관 홍보에 이용했다면 의료법상 금지된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100대 명의 선정"과 "지역 우수 병원 선정" 등의 표현도 문제가 됐다.
법원은 이러한 문구가 선정기관이 해당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우수성을 인정하거나 추천했다는 의미를 전달한다고 판단했다.
의료서비스는 일반 소비재와 달리 환자가 의료인의 전문성과 치료 결과를 사전에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의료광고 관련 규정은 이러한 정보 격차 속에서 환자가 자격이나 인증의 공신력을 잘못 이해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도 법원은 민간 인증의 실제 취득 여부보다 광고를 접하는 환자가 이를 어떤 자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병원 블로그 운영을 외부 대행업체에 맡겼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블로그 홍보를 대행업체에 위탁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게시물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블로그 게시글을 주기적으로 검수했고, 해당 게시물도 게시 전후 검수 절차를 거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광고 제작과 게시를 외부 업체에 맡겼더라도 의료기관 운영자가 내용을 확인하고 관리했다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양형 과정에서 A씨의 과거 의료광고 관련 처분 전력도 고려했다.
A씨는 2023년 의료광고와 관련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재판부는 이전에도 관련 처분을 받은 만큼 의료광고 법령을 더욱 주의 깊게 확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A씨가 문제가 된 광고의 적법성을 별도로 검토하거나 확인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약식명령에서 정한 벌금 100만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판결은 의료기관이 민간 인증이나 수상 경력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더라도 이를 광고에 사용하는 과정에서 의료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모든 학력·경력·자격 표시가 일률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법령상 허용되는 표시와 금지되는 인증·추천 광고를 구분해야 하며, 광고의 구체적인 문구와 배치 방식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료기관의 온라인 홍보가 홈페이지와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외부 광고대행업체가 제작한 콘텐츠의 관리 책임도 중요한 쟁점이 됐다.
이번 사건은 실제 수상 경력이나 민간 인증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광고의 적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냈다.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전문성을 알리는 과정에서 법정 자격과 민간 인증을 어떻게 구분해 표시할 것인지가 남은 과제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