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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어머니…보험금까지 받아내 징역 3년

박현정 기자 | 입력 26-11-01 10:54



대량의 피를 토해 움직이지 못하는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채 사망보험에 가입하고, 아들이 숨진 뒤 보험금까지 받아낸 60대 어머니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아들의 위급한 상태를 알면서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를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형사11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유기치사와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6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2023년 9월 20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주거지에서 발생했다.

평소 간 질환을 앓던 A씨의 아들 B씨는 이날 오후 10시께부터 여러 차례 피를 토했다. 토혈은 5~6차례 이어졌으며, 그 양은 약 3ℓ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대량 출혈로 거동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A씨는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으로 옮기는 등의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

약 25년 동안 보험설계사로 일해온 A씨는 다음 날인 21일에도 외부에서 보험 영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아들의 사망을 보장하는 보험 2건에 가입했다.

두 보험은 B씨가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각각 최고 5000만원과 2억원을 지급하는 상품이었다.

A씨는 아들을 피보험자로 지정하고 자신을 보험계약자이자 사망보험금 수익자로 설정했다. 보험계약도 직접 설계했다.

문제는 계약 과정에서 아들의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였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A씨가 보험계약서의 피보험자 동의란 등에 아들 대신 임의로 서명한 사실이 인정됐다.

아들의 위급한 상황은 A씨가 아닌 제3자의 신고로 알려졌다.

21일 밤 A씨의 지인은 "지인의 아들이 어젯밤에 피를 토했는데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은 주거지 화장실 앞에 누워 있던 B씨를 발견했다.

당시 B씨에게는 의식과 호흡, 맥박이 남아 있었지만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였다.

구급대원들은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실시한 뒤 B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B씨는 22일 새벽 저혈량 쇼크와 토혈로 사망했다.

저혈량 쇼크는 심한 출혈 등으로 체내 혈액량이 급격히 줄어 주요 장기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는 상태다.

아들이 숨진 뒤 A씨는 보험사에 사망진단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2억원의 보험금을 청구받은 보험사는 가입 시점과 사망 경위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지급을 거절했다.

반면 다른 생명보험사는 B씨가 사망한 지 약 한 달 뒤 A씨에게 보험금 2500여만원을 지급했다.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는 2024년 1월 경찰에 A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1년 넘게 사건을 수사한 뒤 A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송치했다.

이후 공소청은 보완 수사를 거쳐 살인 혐의 대신 유기치사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살인죄와 유기치사죄는 사망 결과에 대한 고의 인정 여부에서 차이가 있다. 살인죄는 사람을 사망하게 한다는 고의가 인정돼야 하지만, 유기치사죄는 보호 의무가 있는 사람이 피해자를 유기하고 그 결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성립할 수 있다.

A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아들이 피를 토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으며 생명이나 신체에 급박한 위험이 발생한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보험계약 역시 가입 당일 아들을 직접 만나 서명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고자의 진술과 병원 진료기록, 의료진의 소견 등을 종합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병원 진료기록에는 B씨가 전날 밤부터 피를 토하기 시작했고, 토혈량이 세 바가지 이상이어서 바닥에 피가 흥건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A씨는 남편에게 들은 내용을 의료진에게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들이 응급실로 이송된 이후에야 A씨에게 토혈 사실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남편은 하반신 마비로 집 안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A씨가 사실상 아들을 구호할 수 있는 유일한 보호자였다고 판단했다.

보험계약서에 아들이 직접 서명했다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대량 토혈 이후 B씨의 기력이 점차 떨어져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당시 외출하거나 보험계약서에 직접 서명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실상 피해자를 구호할 유일한 보호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그대로 집안에 유기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기회로 금전적 이익을 취득하려 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인륜에 반하는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고,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에 대한 연민이나 반성하는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2억원의 보험금을 노린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과 A씨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것으로 보이는 사정, 벌금형 이상의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가족에 대한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와 사망보험 가입 및 보험금 청구가 함께 문제가 된 사례다.

특히 피해자가 생존해 있던 시점에 보험계약이 체결됐고, 계약 과정에서 피보험자의 동의 서명이 임의로 작성됐다는 점이 재판의 주요 판단 대상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아들의 사망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아닌 보호 의무 위반에 따른 유기치사 책임을 인정했다. 보험금 청구와 관련한 사기 범행도 유죄 판단에 반영됐다.

공소청과 A씨는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는 A씨가 아들의 위급한 상태를 어느 정도 인식했는지, 구호 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보험계약과 보험금 청구에 관한 고의 및 형량이 적정한지 등이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대량 출혈로 움직이지 못하던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형사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항소심의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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