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동의서 수집과 총회 의결 절차를 디지털 방식으로 바꾼다. 주민 동의서를 종이로 걷고 총회장에 직접 모여 투표하던 방식을 줄여 사업 기간과 비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22일부터 "2026 정비사업 전자투표·온라인총회 활성화 사업"에 참여할 조합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전자투표와 온라인총회를 도입할 때 필요한 비용을 시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 달라진 점은 지원 폭이다. 지난해에는 전자투표와 온라인총회 시행 비용의 최대 50%, 구역당 최대 10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3년 안에 착공이 가능한 핵심 사업장을 중심으로 보조금 지원을 100%까지 확대한다.
전액 지원 대상은 서울시가 선정한 "핵심공급 전략사업" 85곳 가운데 조합이 설립된 70곳과 시·구 공정촉진회의를 통해 2026년부터 2028년 사이 착공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리되는 조합이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 목표를 세우고, 지난 2월 3년 안에 착공할 수 있는 85개 구역, 8만5000호 규모를 핵심공급 전략사업지로 정해 관리해 왔다.
핵심 사업장이 아닌 조합도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본 지원율은 50%다. 다만 전자방식을 처음 활용하거나 조합원 의사결정에 중요한 안건을 다루는 경우, 참석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홍보요원을 쓰지 않는 등 비용 절감 노력을 한 경우에는 지원율이 올라간다. 전자투표와 온라인총회를 함께 활용하면 조합원 1000명 기준 최대 176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전자투표·온라인총회 지원 사업에서 비용과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총회 사전투표 기간은 기존 약 4주에서 평균 13일로 단축됐고, 전자투표 참여율은 평균 56.3%를 기록했다. 서면결의서 제출 비율은 평균 64.5%에서 15.8%로 낮아졌다. 등기우편 발송과 개표, 인력 동원에 들어가던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정비사업 초기 절차도 바뀐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정비사업 전자서명동의 지원사업"을 새로 추진한다. 입안요청이나 입안제안 단계에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전자서명 방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지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재건축, 공공재개발·재건축 추진 지역이다. 자치구가 추진 주체의 참여 의사를 확인한 뒤 서울시에 추천하면, 시는 기준을 충족한 대상지 가운데 8개 구역을 선착순으로 선정한다. 선정된 구역에는 전자서명동의 시스템 구축, 토지등소유자 전자명부 작성, 동의서 제출·집계·보관, 실시간 동의율 확인 서비스가 제공된다.
서울시가 전자서명과 온라인총회 지원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정비사업 지연 문제가 있다. 재개발·재건축은 동의서 확보, 조합 총회, 사업계획 변경, 관리처분 등 단계마다 주민 의사 확인 절차를 거친다. 종이 동의서와 현장 총회 방식은 확인 절차가 길고, 우편·개표·참석 관리 비용도 적지 않다. 조합원 수가 많은 단지는 총회 한 번을 여는 데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디지털 전환이 모든 문제를 곧바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서명과 전자투표가 도입되면 본인 확인, 시스템 보안, 고령 조합원의 접근성, 투표 결과에 대한 신뢰 확보가 함께 관리돼야 한다. 총회 절차를 둘러싼 분쟁이 잦은 정비사업 특성상 전자 방식의 법적 안정성도 중요하다.
서울시는 전자방식 도입으로 조합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전자서명동의와 전자투표·온라인총회 지원을 확대해 동의서 확보부터 총회 의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3년 내 착공 가능한 조합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주택 공급 일정은 정비사업 속도와 맞물려 있다. 동의서와 총회가 모바일로 바뀌면 조합 운영의 편의는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려면 전자 절차만이 아니라 인허가, 이주, 공사비 갈등, 조합 내부 분쟁까지 함께 관리돼야 한다. 이번 지원책의 성패는 디지털 절차가 현장의 불신과 지연 요인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