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지역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반박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호남의 산업용수 부족 우려에 대해 "호남에도 영남이나 수도권만큼 물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7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첨단도시 발전에 필요한 만큼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수자원을 제대로 배치·관리하면 하루 100만 톤의 산업용수 공급도 가능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40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특정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며 지역 차별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맞섰다.
산업용수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광주·전남 지역에 반도체 공업용수가 부족할 경우 충청권 수자원을 끌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충청권 일각에서 반발이 나왔다.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과 물을 필요로 하는 만큼, 입지 논란은 곧 기반시설 논란으로 번졌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삼성과 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에 필수 요소인 용수가 부족한 지역에 검토도 없이 초대규모 공장 설립 계획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물 없는 지역에 공장을 짓도록 권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호남의 수자원 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 배경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수십 년간 분할 지배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호남을 농업도시 수준으로 관리하며, 농업용수 공급 충족 정도로 수자원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입장을 떠나 국가 명운이 걸린 지역 균형발전과 상생·공존 정책에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해당 글을 올린 뒤 약 4분 후 "부처 눈에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는 글도 추가로 올렸다. 그는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타인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야권의 '정치적 밀어붙이기' 비판에 대한 반박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전날 유시민 작가가 당내 계파 갈등과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비판한 데 대한 반응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업의 지방 집중 투자를 두고 유포되는 억측과 허위 주장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남 반도체 투자 논란은 대규모 산업 입지와 지역 균형발전, 산업용수 확보 문제가 동시에 얽힌 사안이다. 정부가 실제 투자 계획과 용수 확보 방안, 기반시설 조성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한 정치권과 지역 간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