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국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투자사에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다. 반도체와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의 혁신기업을 세계시장으로 진출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통령은 25일 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없이는 인공지능도 산업 발전도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될 만큼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반도체 정도이지만 앞으로 새로운 영역이 수없이 생겨날 것”이라며 AI 산업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의 기술을 뒤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먼저 개척하는 선도국가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발표된 한국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 간 반도체·AI 데이터센터 협력 계획도 언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 메모리 공급 역량,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투자를 토대로 한국을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동포 간담회에 이어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캐피털 대표들과 만나 한국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당부했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밋업’에는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세콰이어 캐피털, 제너럴 캐털리스트, 코슬라 벤처스,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 등 6개사가 참석했다. 이들 투자사의 총 운용자산은 약 3130억 달러로 한화 450조원 규모다.
이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투자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고, 대한민국은 뛰어난 기술력과 제조 경쟁력, 역동적인 창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나라의 강점이 결합하면 다음 세대의 삼성과 현대, SK, 네이버, 세계를 선도할 새로운 글로벌 혁신기업을 함께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의 자본과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투자사들이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도 약속했다. 해외 창업 인재의 국내 유입을 가로막는 비자 제도를 개선하고, 국내외 기업과 연구기관·투자기관을 연결하는 협력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모태펀드와 국민성장펀드, 연기금, 민간자본을 연계해 유망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와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날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6개사와 투자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측은 혁신기업과 투자 기회를 공동으로 발굴하고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투자 협력 기반을 마련한 단계로, 실제 투자 규모와 대상 기업은 후속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이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 일정을 마친 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칠레를 차례로 방문한다. 남미 순방에서는 AI 산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 공급망과 교역 확대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