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3200만명의 일상을 담았던 싸이월드가 오는 10월 베타서비스로 다시 이용자를 만난다. 새 운영사인 블록체인 기술기업 시그마체인은 과거 사진과 게시물 등 약 170억건의 데이터를 복원하고, 가상공간과 대체불가토큰(NFT), 스테이블코인을 결합한 “싸이월드 3.0”을 구축할 계획이다.
시그마체인은 10일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명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싸이월드 지식재산권과 상표권, 이용자 데이터 등을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10월 베타서비스를 공개한 뒤 데이터 복원과 서비스 안정화 작업을 거쳐 2027년 상반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일정도 제시했다.
베타서비스에는 친구 연결과 피드 기능이 먼저 적용된다. 과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이용자가 본인 인증을 거쳐 자신의 계정과 기록을 찾을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한다. 이후 미니홈피와 사진첩, 음악, 일촌, 커뮤니티 등 기존 기능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용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과거 데이터는 복구 가능한 상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복원 대상은 사진과 게시물 등 약 170억건으로, 전체 용량은 3.8페타바이트에 이른다. 시그마체인은 과거 앨범에 보관했던 사진과 기록을 다시 확인하고 내려받거나 별도로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새 싸이월드는 기존 미니홈피를 그대로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그마체인 관계자는 간담회 이후 별도 설명에서 이용자가 가상공간을 오가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콘텐츠를 이용하는 형태의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 형태로 구현된 공간 안에서 이용자가 활동한다는 점에서는 메타버스나 게임과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화면 구성과 서비스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블록체인 기술도 적용한다. 이용자가 원하면 사진과 게시물 등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NFT로 전환해 소유하거나 거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콘텐츠 판매 등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이용자 40%, 콘텐츠 제작자 40%, 플랫폼 20% 비율로 나누는 이른바 “2·4·4 수익배분 모델”을 도입한다.
과거 싸이월드의 결제 수단이었던 “도토리”도 웹3 환경에 맞춰 다시 설계한다. 시그마체인이 별도의 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은 아니다. 관련 법률이 마련되고 금융회사와 협력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면 금융권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을 도토리와 연동해 아이템과 콘텐츠를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서비스 개발과 데이터 복원은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시그마체인 내부 인력이 담당한다. 현재 관련 개발에는 10명에서 20명 안팎의 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 기술과 싸이월드 개발 경험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고 있어 외주 개발에 따른 사업 중단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도영 시그마체인 대표는 과거 싸이월드에서 데이터베이스 관리와 운영을 담당한 개발자 출신이다. 시그마체인 역시 싸이월드 출신 기술인력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반 SNS를 개발해 왔다. 회사는 이 같은 경험을 데이터 복원과 신규 플랫폼 구축의 기반으로 제시했다.
싸이월드는 2019년 서비스가 중단된 뒤 여러 사업자가 재개를 추진했지만 데이터 복원과 자금 조달 등의 어려움으로 이용자들과 다시 만나지 못했다. 이번에는 과거 싸이월드 운영 경험을 가진 기술진이 직접 복원 작업을 맡고, 친구 연결과 피드부터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열겠다는 구체적인 일정도 내놨다.
오는 10월 베타서비스는 3200만 이용자의 추억을 다시 연결하는 첫 단계다. 170억건에 이르는 사진과 게시물이 안정적으로 복원되고 미니홈피와 일촌, 음악 등 익숙한 기능이 차례로 돌아온다면 싸이월드는 단순한 옛 서비스의 부활을 넘어 세대의 기록을 보존하는 디지털 공간으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용자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자신의 사진과 이야기를 얼마나 온전히 되찾을 수 있느냐가 새로운 싸이월드의 출발점을 결정하게 된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