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관련 조사·일제강점기 사료 주목…“후손에 책임 묻기보다 역사적 사실 정확히 확인해야”
배우 하영의 증조부로 알려진 의사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방송을 통해 가족사가 소개된 이후 과거 단체 활동과 당시 신문 기록 등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역사적 사실관계를 둘러싼 검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은 조상의 행적 자체와 이를 알지 못했던 후손의 책임을 어디까지 연결할 수 있는지를 놓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친일인명사전에는 미등재…“등재 여부와 개별 행적 평가는 구분해야”
안상호는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 등재 인물은 아니다.
따라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인사’라고 표현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사전 등재 여부와 당시 구체적인 활동 기록은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친일인명사전은 일정한 선정 기준과 심의를 거쳐 인물을 수록하기 때문에 특정 인물이 등재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의 일제강점기 행적 전체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 이토 히로부미 사망 이후 추도 관련 활동 등 논란
논란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1909년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이후 진행된 이토 히로부미 추도 관련 움직임에 안상호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또 일제강점기 친일·내선융화 성격으로 평가되는 단체들과 관련된 활동 기록도 논란의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기록이 온라인과 언론 보도를 통해 재조명되면서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을 보다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1918년 당시 신문 기록도 재조명
1918년 당시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를 비롯한 일제강점기 신문 자료 역시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 신문아카이브에는 1918년 매일신보를 포함한 당시 신문 원문 자료가 보존돼 있어 관련 인물과 시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1차 사료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100여 년 전 신문 기사에 등장하는 개별 표현과 발언은 원문, 게재 시점, 기사 작성 배경 등을 함께 확인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 안양 ‘안상호 전의 송덕비’도 다시 관심
경기도 안양 지역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상호 전의 송덕비’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지역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인물 관련 기념물의 역사적 성격을 어떻게 설명하고 관리할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친일문화잔재와 관련된 시설물은 단순 철거 여부를 넘어 해당 인물이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시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작업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하영 측 사과…“가족사 가볍게 언급”
논란이 커지면서 하영 측의 대응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하영은 자신의 가족사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사과하고, 조상의 행적과 관련해 신중하지 못했던 점을 돌아본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안을 두고서는 조상의 잘못을 후손에게 그대로 전가하는 이른바 ‘연좌제식 비판’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배우 개인이 태어나기 훨씬 이전 조상의 행위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유명인의 가족사가 방송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긍정적으로 소개될 경우에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번 논란은 한 배우의 가족사를 넘어 일제강점기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후손의 책임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또 방송과 언론이 역사적 가족사를 소개할 때 어느 수준까지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고 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