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비만치료제 수요에 비해 국내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정부는 비급여 의약품의 판매가격을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합병증 위험이 큰 고도비만 환자에게 건강보험을 선별 적용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국내외 가격 차이와 오남용 문제를 지적하며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출시 이후 처방 건수가 수백만 건에 달할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높다"며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 비해 국내 가격이 최대 5배 비싸다"고 주장했다.
이어 높은 비용을 피하려는 소비자들의 해외 직접구매 수요가 늘고 있지만 통관 과정에서 차단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증되지 않은 유통경로를 이용할 경우 냉장 보관이 필요한 의약품의 품질이 훼손되거나 가짜 제품이 유통될 가능성도 있어 가격 문제와 안전 관리가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현재 국내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전문의약품이다. 약값뿐 아니라 진료비와 처방 비용도 의료기관과 약국에 따라 달라 환자가 부담하는 실제 비용에 차이가 발생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급여 의약품 가격은 제약사와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라며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단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비급여 약제는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가격을 통제할 기전이 없다"며 "제약사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을 결정한다"고 답했다.
다만 체질량지수인 BMI가 35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선별적 건강보험 적용에는 필요성을 인정했다. 고도비만은 당뇨병과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 위험을 높여 장기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BMI 35 이상 고도비만은 당뇨나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을 유발하는 만큼 급여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투약을 중단했을 때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문제와 급여 기준, 건강보험 재정의 우선순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비만치료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김 의원은 국내에서도 미용 목적의 단순 체중 감량과 질병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 환자를 구분해 선별적으로 급여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남용을 막기 위한 유통·처방 규제도 강화된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일반적으로 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처방 기준에 미치지 않는 정상 체중 또는 저체중인 사람이 미용 목적으로 투약하는 사례가 늘면서 부작용과 과다 처방 우려가 제기돼 왔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제품의 용기와 포장, 첨부문서에 관련 경고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부족해 약사가 처방전 없이 일부 전문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도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판매할 수 있다.
정부가 검토 중인 고도비만 급여화와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은 각각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투약을 줄이는 조치다. 건강보험을 적용할 환자의 범위와 투약 기간, 중단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와 함께 비급여 환자의 가격 부담을 낮출 별도의 수단을 마련할지가 남은 쟁점이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