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내 증시가 2일 급락 출발했다.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5% 넘게 뛰고 미국 국채금리까지 치솟자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섰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3% 안팎 떨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0.33포인트, 3.08% 내린 6625.47로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 6835.80까지 올라섰던 지수가 개장과 동시에 6600선 초반까지 밀린 것이다.
개장 직후 쏟아졌던 매도 물량이 일부 소화되면서 낙폭은 줄었다. 오전 9시23분 기준 코스피는 전날보다 157.79포인트, 2.31% 떨어진 6678.01을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같은 시각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382억원, 기관은 2707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393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국내 증시를 흔든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에서 다시 격화된 군사 충돌이다.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이틀 만에 추가 공습을 단행하자 이란도 보복 공격에 나섰다.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면서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졌고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WTI는 전 거래일보다 5.20% 오른 배럴당 90.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4.60% 상승한 배럴당 94.6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한국 경제에 민감한 변수다.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내 산업 구조상 유가가 오르면 기업의 생산·운송비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채권시장도 동시에 흔들렸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79% 부근까지 상승해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유가와 시장금리가 동시에 뛰자 간밤 뉴욕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79%,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500지수는 0.71%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1.03% 하락했다.
반도체주에 대한 매도도 거셌다. 미국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1.51%, 마이크론이 2.64% 떨어지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1% 하락했다.
이 여파는 개장 직후 국내 반도체주로 그대로 이어졌다. 오전 9시23분 기준 삼성전자는 3.07%, SK하이닉스는 2.95% 떨어졌다. SK스퀘어도 5% 넘게 하락했고 삼성전기와 LG에너지솔루션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나타냈다.
업종별 낙폭도 컸다. 건설업종이 3% 넘게 밀렸고 운송장비와 정보기술 업종 역시 3% 안팎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코스닥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45포인트, 2.25% 떨어진 802.80으로 출발한 뒤 한때 796.34까지 내려가며 800선이 무너졌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다시 800선을 회복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주요 성장주도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와 금리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받는 성장주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다만 개장 직후 3%를 넘었던 코스피의 낙폭이 장중 2%대로 줄었다는 점은 변수다. 개인의 저가 매수가 들어온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도 증시 하단을 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선 국내 증시가 중동발 충격을 얼마나 흡수할지가 이날 장의 핵심이다. 특히 WTI가 다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확대될 경우 유가 상승이 물가와 금리를 다시 밀어 올리는 연결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반도체를 앞세워 6800선까지 올라섰던 코스피가 중동 정세라는 외부 변수 앞에서 6600선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주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