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직에서 물러나는 남규선 위원이 19일 열린 이임식에서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인권위원이 퇴임하며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남 위원은 “인권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권고에 참여하지 않았어야 했다”며, “인권위를 위해서, 우리 사회 인권 신장을 위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해서 사퇴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안창호 위원장은 맨 앞줄에서 이 발언을 지켜봤다.
남 위원의 임기는 지난해 8월 만료됐지만, 후임 인사의 임명 절차가 미뤄지면서 9개월 넘게 직무를 수행해왔다. 지난 16일 이숙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새 상임위원으로 임명되면서 남 위원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남 위원은 30년 가까이 인권운동에 몸담아 온 인물로, 2001년 인권위 출범 당시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후 공보담당관과 시민교육팀장을 거쳐 활동했으나, 2009년 해직됐다가 2021년 더불어민주당 추천을 받아 상임위원으로 복귀했다.
이임식에서 남 위원은 윤 일병 사건을 언급하며 "이 사건을 다시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군인권보호관 제도의 필요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500건 이상의 사건을 심의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안창호 위원장은 남 위원의 사퇴 요구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인권위 내부와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