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민연금 재정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연금을 수령하는 인구는 급증하면서 매달 지급되는 연금 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4조 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최신 공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한 달간 수급자들에게 지급된 연금 총액은 4조 23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1월 지급액인 3조 9,463억 원에서 775억 원 증가한 수치로, 국민연금 월 급여 지출이 4조 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총 지급액은 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의 연간 급여 지출 규모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2년 11조 5,508억 원으로 처음 10조 원대에 진입한 이후, 불과 6년 만인 2018년에는 20조 7,527억 원을 기록하며 20조 원대를 넘어섰다. 2022년에는 34조 201억 원, 지난해에는 43조 7,48억 원을 기록하는 등 증가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특히, 제도 도입 24년 만에 10조 원을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20조 원까지 6년, 30조 원까지 4년, 40조 원까지 2년이 걸렸고, 이제는 단 1년 만에 5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연금 급여 지출액이 급증하는 주요 원인은 수급 연령에 도달한 인구의 빠른 증가에 있다. 2024년 한 해 국민연금 수급자는 약 737만 2천 명에 달하며, 이는 1년 전보다 55만 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연금을 받을 나이가 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저출생의 여파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2,250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가입자 수는 2023년 2,238만 명, 2024년 2,198만 명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40만 명이 감소한 데 이어, 올해 2월 기준으로는 2,182만 명으로 16만 7천여 명이 추가로 감소하며 감소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액보다 많은 상황이지만,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급여 지출액이 보험료 수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중기재정전망(2024~2028)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연금 급여 지출은 51조 9,564억 원을 기록한 후 2026년 59조 5,712억 원, 2027년 67조 6,071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연금 보험료 수입은 올해 62조 221억 원, 2026년 63조 2,083억 원, 2027년 64조 3,535억 원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이 예측대로라면 2027년에는 급여 지출액이 보험료 수입보다 3조 원 이상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국민연금법 개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보험료율이 0.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인상되면 보험료 수입이 기존 전망보다 다소 늘어날 여지는 있다. 하지만 급여 지출액의 가파른 증가 속도를 감안할 때, 머지않은 시점에 지출이 수입을 역전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이는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을 앞당기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 악화는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단순히 보험료율 인상이나 지급 개시 연령 상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인구 정책과 함께,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개혁 방안이 시급히 논의되어야 할 때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연금 제도를 물려주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