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서버용 제품 판매가 폭증하면서 매출 50조 원, 영업이익 30조 원을 동시에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23일 발표된 SK하이닉스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52조 5763억 원, 영업이익은 37조 6103억 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1%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405.5%나 수직 상승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72%를 기록해 창사 이래 최고치를 달성하며 유례없는 수익성을 증명했다.
실적 성장의 견인차는 단연 AI 인프라 투자였다. 대형 언어모델 학습을 넘어 실시간 추론형 AI 서비스인 '에이전틱 AI'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D램과 낸드플래시 전 영역으로 확산됐다. HBM을 비롯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 등 단가가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들이 실적을 주도했다.
재무 구조도 대폭 개선됐다.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전 분기보다 19조 4000억 원 늘어난 54조 3000억 원에 달하는 반면, 차입금은 줄어들어 35조 원의 순현금을 확보했다. 넘쳐나는 현금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차세대 공정 도입과 생산 능력 확충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양산을 시작한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을 적용해 LPDDR6와 192GB 소캠2(SOCAMM2) 공급을 본격화한다. 낸드 부문에서는 세계 최초 321단 QLC 기술을 적용한 cSSD 제품군을 필두로 AI 데이터센터와 AI PC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낸다. 자회사 솔리다임과의 시너지를 통해 대용량 eSSD 시장에서의 지배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급증하는 수요를 뒷받침할 생산 기지 구축도 속도를 낸다. 청주 M15X 램프업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조성을 위해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대폭 늘리기로 했다. 노광장비(EUV) 등 핵심 장비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중장기 공급 안정성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공급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수요 가시성이 확보된 영역을 중심으로 전략적 투자를 진행해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동시에 잡겠다"고 밝혔다. AI 메모리 시장의 독보적 지위를 확인한 SK하이닉스의 이번 실적은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이 범용 제품에서 맞춤형 고성능 제품으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