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설계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검찰의 첫 업무보고를 "내용과 형식 모두 부실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려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국정기획위는 검찰이 제출한 보고서가 새 정부의 핵심 공약인 검찰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담지 않았다고 강하게 질타하며, 오는 25일 보완된 내용을 바탕으로 업무보고를 다시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위원회 측은 과거 검찰의 행태를 '국민 배신행위'로 규정하는 등 날 선 비판을 쏟아내, 새 정부와 검찰 사이의 험난한 관계를 예고했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을 통해 "검찰로부터 약 30분간 업무보고를 받았으나, 내용이 부실하여 질의에 들어가기 전 회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검찰과 관련된 대통령의 핵심 공약 내용이 제대로 분석되지 않았고, 공약 이행 절차라는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중단 사유를 명확히 했다. 특히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한 내용은 없었으나, 전체적으로 검찰이 가진 권한을 오히려 확대하는 내용으로 판단했다"며 "이는 대통령 공약 이행 방안이 아닌, 기존 검찰의 입장을 보고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업무보고 시작부터 국정기획위와 검찰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윤석열 검찰정권의 폭주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를 낳았다. 이는 검찰에 대한 주권자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검찰의 목소리는 검찰권 오남용으로 정의가 왜곡돼 국민이 고통받을 때가 아니라, 검찰권을 사수할 때만 터져 나왔다"고 비판하며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환골탈태할 때"라고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이해식 정치행정분과장의 비판은 더욱 거칠고 직설적이었다. 이 분과장은 "온갖 범죄 의혹이 넘치는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부인이라는 이유로 소환조차 하지 않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검찰이) 즉시 항고를 포기하면서까지 내란 수괴 윤석열 피고인을 풀어주는 대담한 국민 배신행위를 하기도 했다"며 원색적인 표현으로 검찰의 과거 행적을 비난했다. 그는 업무보고에 임하는 검찰 관계자들을 향해 "검찰 직접수사권 배제를 전제한 상태에서 형사 절차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에 대한 보고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결국 국정기획위는 검찰에 오는 24일까지 대통령 공약 이행 방안을 포함한 추가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검찰이 새 정부의 국정 철학, 특히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부합하는 실행 계획을 마련해오지 않는 한, 양측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드러난 양 기관의 극심한 시각차는 향후 검찰의 직접 수사권 조정 등 핵심 개혁 과제를 둘러싼 격렬한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