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을 경계로 대한민국의 날씨가 완전히 두 동강 났다. 동해상에서 불어오는 비교적 선선한 동풍의 영향으로 강원 영동과 동해안은 폭염이 한풀 꺾인 반면, 산맥을 넘어 뜨거워진 바람이 쏟아져 들어오는 수도권 등 서쪽 지역은 40도에 육박하는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말까지 동쪽은 시원하고 서쪽은 뜨거운 '서고동저(西高東低)' 형태의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일 낮 최고기온은 경기도 파주시가 39.2도까지 치솟았고, 서울도 36.0도를 기록하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극한의 폭염이 나타났다. 서쪽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며,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반면, 같은 시각 동해안의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강릉의 낮 최고기온은 31.5도에 머물렀고, 속초 등 다른 동해안 지역 역시 30도 안팎을 기록하며 서쪽 지역보다 5도 이상 낮은 기온 분포를 보였다. 이들 지역은 폭염특보가 해제되거나 주의보로 완화되었으며, 열대야도 주춤한 상태다.
이처럼 동서 간의 기온 차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원인은 동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불어오는 '동풍'과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동해의 시원하고 습한 공기가 태백산맥을 만나 강제로 상승하면서 동쪽 사면에 비를 뿌리며 수증기를 잃는다. 이후 산맥을 넘어 서쪽으로 내려오면서 고온 건조한 공기로 돌변하는데, 이를 '푄(Föhn) 현상'이라고 한다. 이 뜨겁고 메마른 바람이 수도권과 충청, 호남 등 서쪽 지역의 기온을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기상청은 이러한 '서고동저' 형태의 폭염이 주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보했다. 남민지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동해북부해상에 위치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동풍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체감온도가 35도 내외의 매우 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다음 주부터는 더위의 양상이 바뀔 전망이다. 주말이 지나면 바람의 방향이 다시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형태로 바뀌면서, 서쪽 지역을 달구던 극한의 열기는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낮 기온은 33도 안팎으로 현재보다는 소폭 낮아지겠다. 반대로 동풍의 영향을 벗어나는 동해안 지역은 다시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르고, 밤사이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아지겠다.
기상청은 다음 주 중반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 후반에는 충청 이남 지방에 비가 내리면서 전국적인 폭염의 기세가 일시적으로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비가 그친 뒤에는 다시 습도가 높은 '찜통더위'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 당분간 지역별 상세 예보를 수시로 확인하며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