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인 11일, 태백산맥을 경계로 동서의 날씨가 극명하게 갈리는 '서고동저(西高東低)' 형태의 폭염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동해안은 비교적 선선한 동풍의 영향으로 폭염특보가 해제됐지만, 이 바람이 산맥을 넘으며 뜨겁게 달궈진 채 유입되는 수도권 등 서쪽 지역과 내륙은 최고 체감온도 35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겠다.
기상청은 이날 "동해상에 위치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동풍이 불어오면서 동쪽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라며 "특히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매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오늘 낮 최고기온은 서울 36도, 인천 34도, 광주 35도, 세종 33도 등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35도 안팎까지 치솟겠다. 반면 동풍의 영향을 직접 받는 강릉은 32도, 대구 32도, 부산 30도 등 동쪽 지역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한 햇볕에 전국의 자외선 지수도 '매우 높음' 단계까지 오를 것으로 보여, 낮 시간대 야외 활동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밤사이 더위는 잠시 쉬어가는 곳도 있겠다. 지난달 28일부터 12일 연속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이어졌던 서울의 오늘 아침 최저기온은 24.6도를 기록하며 잠시나마 열대야 현상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다른 서쪽 지역과 제주도를 중심으로는 밤에도 무더위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서고동저' 폭염 현상은 주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토요일인 12일까지도 동풍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수도권을 비롯한 서쪽 내륙의 무더위가 이어지겠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더위의 양상은 일요일인 13일을 기점으로 바뀔 전망이다. 한반도를 이불처럼 덮고 있던 상층의 고기압이 점차 약화되고,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서쪽 지역의 극한 폭염은 다소 누그러지겠다.
대신 다음 주 중반부터는 다시 장맛비 소식이 있다. 기상청은 수요일인 16일경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역을 시작으로, 18일에는 충청과 남부지방으로 비가 확대될 것으로 예보했다. 이 비가 내리면서 길었던 폭염의 기세는 한풀 꺾이겠지만, 비가 그친 뒤에는 습도가 높은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