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의 독보적인 선사시대 유산인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의 세계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되었다. 이는 한반도 선사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의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두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등재 결정에서 "반구천의 암각화는 선사시대부터 약 6천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선사인 창의성의 걸작"이라고 강조하며, 인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유산임을 재확인했다.
1971년에 발견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 태화강 상류 지류인 반구천 절벽 바위면에 새겨진 그림으로, 높이 약 4.5m, 너비 8m(주 암면 기준)에 달한다. 2023년 울산광역시 반구천암각화세계유산추진단이 발표한 자료집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총 312점의 그림이 확인되었다. 특히 어미 고래, 새끼 고래, 작살 맞은 고래 등 50마리 이상의 고래가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어, 당시 사람들의 해양 문화와 뛰어난 예술성을 엿볼 수 있다. 이는 고대 고래 사냥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 평가받는다.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로부터 약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1970년에 처음 알려졌다. 높이 약 2.7m, 너비 10m의 바위면에 각종 도형, 글,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청동기 시대로 추정되는 마름모, 원형 등의 추상적 문양과 함께,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 시기에 남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명문(銘文)이 발견되어 6세기 신라 사회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세계유산 등재로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제적인 관심과 함께 체계적인 보존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특히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수십 년간 사연댐 수위에 따라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어 훼손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최근 10년간에도 연평균 40일 이상 물에 잠겨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어, 보존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등재 결정과 함께 한국 정부에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하라"고 권고하며 보존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또한 "(암각화 보존·관리를 위한) 반구천세계암각화센터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유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개발 계획은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하여 수위를 낮추는 방안이 추진 중인 만큼, 앞으로 국가유산청과 울산시는 유네스코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사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며 암각화 보존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목록에 새롭게 등재되면서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 등재 이후 총 17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는 대한민국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