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와 정의기억연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김병헌 씨를 추가 기소했다. 김 씨는 앞서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와 공공수사3부는 17일 김 씨와 시민단체 대표 등 4명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함께 송치된 피의자 3명에 대해서는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 수요시위 장소 주변에서 집회를 열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실명을 거론하고, 피해자를 매춘 여성으로 표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같은 발언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의기억연대를 겨냥한 발언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김 씨 등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 활동을 두고 "거짓말", "사기극"이라고 표현하거나 공산당과 결탁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발언들이 단체의 공적 활동에 대한 비판 범위를 넘어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다만 검찰은 일부 피의자들의 발언 중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의 공금 유용 사건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해당 표현은 사실관계에 대한 의견 표명 성격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명예훼손 성립 여부를 판단하면서 발언의 내용, 맥락, 대상, 공익성 여부를 나눠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앞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반복적으로 모욕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김 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유튜브 등을 통해 피해자를 "가짜 위안부 피해자" 등으로 표현한 게시물을 여러 차례 올렸다고 밝혔다. 이번 추가 기소는 수요시위 주변 집회 발언과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주장까지 별도로 들여다본 결과다.
이번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피해자 인격권 보호가 충돌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역사적 쟁점이나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비판은 허용될 수 있지만, 생존 피해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성적 모욕이나 허위사실을 반복하는 행위는 별개의 문제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특히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처럼 고령의 생존자가 직접 피해 대상이 되는 사건에서는 2차 피해 우려도 크다.
검찰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악의적으로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재판에서는 김 씨 등의 발언이 허위사실인지, 공익적 비판의 범위를 넘었는지, 피해자와 단체의 사회적 평가를 실제로 침해했는지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역사 부정 발언은 오랜 기간 사회적 갈등을 불러왔다. 이번 추가 기소로 수요시위 현장 주변에서 이어진 발언의 법적 책임도 법정에서 판단받게 됐다. 역사 문제를 둘러싼 의견 표명과 피해자 개인을 겨냥한 모욕·허위사실 유포의 경계를 어디에 둘지가 남은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