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산강 하류 지역에 하천 범람과 수위 상승으로 인한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영산강 하류 주민들을 비롯해 1천9백여 명이 사전 대피했으며, 특히 오늘 밤이 이번 집중호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 영산강 하류에 위치한 영암천에서는 이른 오전부터 무너진 제방에 포대자루를 쌓고 중장비를 동원해 흙을 다지는 긴급 복구공사가 한창이다. 밤사이 불어난 강물이 흘러넘치면서 제방 서너 군데가 터진 상황이다. 긴급 복구공사 작업자는 "신고를 받아 오전 7시에 현장에 나왔다. 둑방이 무너져 범람한다고 해서 긴급 톤백(포대)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지역에서는 제방 수문이 불어난 강물의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파손되기도 했다. 전남 영암군 시종면 주민 장승진 씨는 "제방이 터져 여기 분수문이 역류하더라. 수압 때문에 견디지 못해 분수문이 망가진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400mm 넘게 쏟아진 비가 영산강 하류로 흘러들면서 영암과 함평 등 전남 서남해안 지역은 한때 홍수경보 수준으로 수위가 올라갔다.
흘러넘친 강물에 마을이 온통 쑥대밭이 되는 등 범람 피해도 잇따랐다. 전남 함평군 원고막마을은 마당은 물론 집안 곳곳에 물이 들어차 세탁기와 옷장 등 가전제품과 가구가 모두 쓰러졌다. 김종빈 원고막마을 이장은 "청소가 제일 힘들다. 방에 가전제품이며 장판이 다 떠버려서 그게 제일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어젯밤부터 배수 작업을 이어왔는데도 물이 빠지지 않아 무릎 높이까지 차 있는 상황이다. 주택부터 창고, 마을회관까지 온 마을이 물에 잠겼다.
영산강 유역에 여전히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기상청은 광주 전남에 최대 300mm, 많은 곳은 400mm 이상의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비상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관계 당국은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철저한 대비를 당부하고 있으며, 주민들에게는 안전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