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독립적인 특별검사팀이 동시에 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면서 대한민국의 사법 시계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내란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기소가 임박한 가운데, 부인 김건희 여사와 순직 해병대원 사건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수사 역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며 과거 정부의 핵심부를 향한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별 사건 수사를 넘어, 지난 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사법적 심판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은석 내란음모 의혹 특검팀은 이날 오전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특검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부 국무위원들의 심의·의결권이 침해된 정황을 포착하고, 당시 회의 상황과 윤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입증할 핵심적인 '스모킹 건'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구속적부심 청구가 기각되며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이 만료되기 전, 증거인멸 및 직권남용 혐의 등을 추가해 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윤 전 대통령은 향후 최소 6개월 이상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될 전망이어서, 법원의 첫 판단을 앞둔 그의 운명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는 특검팀의 수사 역시 거침이 없다. 특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명품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오는 20일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특검은 서울 용산과 경기 가평에 위치한 통일교 본부, 한학자 총재의 거주지는 물론, 윤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사무실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며 광범위한 증거 수집에 나섰다. 최근에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착수하며 수사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검찰 단계에서 확보하지 못했던 뇌물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특검이 종교계와 정치권의 연결 고리를 파고들면서, 수사의 칼날이 김 여사를 넘어 당시 여권 전체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채 상병 순직 2주기를 맞은 가운데, 순직해병 특검팀의 수사 또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특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개신교계와 정치권을 잇는 연결 고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의 부인이 유력 개신교 인사들을 통해 구명을 시도했다는 정황을 잡고,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극동방송, 그리고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 곳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특히 "VIP 격노설"이 불거진 2023년 7월 31일, 윤 전 대통령과 이철규 의원, 그리고 윤 전 대통령의 "교계 멘토"로 알려진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사이에 오간 통화 기록을 확보하면서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구명 로비가 대통령실까지 닿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검은 어제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오는 22일 열릴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수사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처럼 세 개의 특검이 각각 내란,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 의혹의 핵심을 파고들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을 향한 사법적 포위망은 한층 더 좁혀지고 있다.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현대사는 또 한 번 중대한 정치적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