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수도권 전역을 덮쳤던 기습적인 폭설은 대설주의보 해제 이후에도 시민들의 출근길을 최악의 혼란으로 몰아넣으며 도시 기능 마비의 민낯을 드러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쌓인 눈은 주요 도로의 통제와 함께 교통 대란을 야기했으며, 밤사이 기온 급강하로 생성된 빙판길과 이른바 "블랙 아이스" 현상은 심각한 안전 위협으로 이어졌다. 당국은 제설 작업과 대중교통 추가 배차 등을 통해 신속한 대응을 시도했으나,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편과 불안은 예고된 재난에 대한 대비책이 여전히 미흡했음을 시사한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어제 저녁 늦은 시간이었고, 불과 두 시간 만에 해제되었다. 그러나 폭설이 집중된 퇴근 시간대 이후부터 오늘 새벽까지의 상황은 단순한 기상 특보의 범위를 넘어섰다. 서울시가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 등 핵심 간선도로의 교통을 통제하고 제설 작업을 벌였으며, 동부간선도로를 마지막으로 통제가 해제된 것은 오늘 아침 8시경이었다. 그러나 이 시간까지 극심한 정체와 고립 상황이 발생한 구간이 속출했다. 밤사이 일부 운전자들이 장시간 고립 끝에 차량을 도로에 방치하고 대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며, 이는 서울 도심 교통 시스템의 취약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도로 표면에 얇게 얼어붙어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도로 살얼음(Black ice)" 현상은 출근길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최근 5년간의 통계에 따르면 빙판길 교통사고의 절반 가까이가 12월에 집중되었으며,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고 차량 이동량이 많은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에 사고 발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오늘 아침에도 미끄러짐으로 인한 접촉 사고와 고장 차량 발생이 잇따르면서 도심 주요 구간의 차량 속도는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등 혼잡이 가중되었다. 다리 위나 고가도로, 터널 입·출구, 응달진 커브 구간 등 결빙 취약 지점에서의 안전 운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차량 정체 속에서는 연쇄 추돌의 위험이 상존했다.
정부는 이번 폭설 사태 직후 국무총리의 긴급 지시가 내려지는 등 최고 수준의 대응을 표방했다. 행정안전부와 관계 지방자치단체는 즉각적인 제설·제빙 작업 개시, 차량 통제 및 우회 조치, 그리고 대중교통 운행 확대를 주문했다. 서울시는 오늘 아침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 운행 횟수를 20회 추가하고, 버스 집중 배차 시간도 30분 연장하는 등 대중교통 수송력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긴급 대응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겪은 불편은 상당했다. 당국의 제설 작업이 주요 간선도로에 집중되는 동안, 이면도로와 골목길에는 눈이 그대로 남아 얼어붙어 미끄러짐 사고 위험을 높였다. 현재 아침 9시 기준으로 서울 기온이 영하 6도에 머무르는 만큼, 제설이 완료되지 않은 곳에서는 여전히 살얼음과 빙판길이 형성되어 보행자와 차량 운전자 모두에게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재난 대응 시스템이 도심의 핵심 도로에 편중되어 있으며, 생활 도로와 보행로에 대한 관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시사한다.
이번 폭설 사태는 향후 동절기 기상 변화에 대한 보다 선제적이고 입체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함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단순한 사후 제설 작업보다는 폭설 예보 단계부터 결빙 취약 구간에 대한 염화칼슘 등 제설재를 미리 살포하는 선제적 예방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도시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대중교통의 안정적인 운행을 위해 인력 및 장비의 효율적인 배치 계획이 정교화되어야 한다.
나아가, 도로 살얼음과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 요소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행정당국은 기상 악화 시 대중교통 이용 권고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불가피하게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 시민들에게는 빙판길 안전 운전 수칙(감속 운전,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 급제동·급가속 금지 등)을 반복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겨울용 타이어 장착이나 스노우 체인 구비 등 월동 용품 준비를 독려하여 개인의 안전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번 폭설 혼란을 단순한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도시 재난 안전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